- 9월 6일 정책회의서 세부안 나오나 '촉각'
[뉴스핌=권지언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약속을 두고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이 같은 매입 정책의 단점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현재 ECB의 국채 매입이 유로존 위기국들을 마약 중독 시켜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다는 반대론자들과 위기국 국채수익률을 떨어뜨려 일단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찬성론자들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음 주 ECB의 정책회의를 앞두고 이 같은 찬반론을 비교한 뒤, ECB의 국채 매입으로 인한 위험이 혜택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먼저 ECB 내에서는 국채 매입 쪽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외르크 아스무센 ECB 집행위원을 비롯한 찬성론자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높은 국채 수익률이 ECB의 통화정책 효과를 가로막고 있고, 또 유로존 붕괴 우려 역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ECB가 국채 매입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ECB는 빠르면 다음 주 정책회의를 통해 국채 매입 정책의 명확한 근거와 세부사항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과연 특정한 금리수준 혹은 범위를 설정할 것인지, 만기는 2년 이하로 제한할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만기의 국채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ECB의 국채 매입이 전례없는 것은 아니다. ECB는 이미 2년반 전에 증권시장프로그램(SMP)을 통해 국채 매입 정책을 구사하면서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나라에 통화정책 효과를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 5개월 연속 국채 매입을 중단한 ECB는 아직 SMP를 통해 매입한 국채가 2089억 유로나 남아 있다.
그러나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를 중심으로 한 반대세력들은 위기국 정부 적자를 해결해준다거나 각국 재정적자의 화폐화(monetizing debt)는 유럽 조약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로존 붕괴 우려에도 불구하고, 높은 국채 금리는 지금 유로존 주변국의 경제 개혁을 강제하는 유일한 압력 요인이다. 따라서 ECB가 국채 매입을 통해 이 같은 부담을 줄여주게 되면 해당 국가들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ECB에 의존하려는 습관을 버리기 힘들 것은 자명해 보인다.
ECB가 국채 매입에 어떤 '조건'을 달 것인지도 불확실한데, 그리스 구제금융의 경험에서 보자면 이는 '양날의 검'이다.
그리스는 약속했던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한 채 그 달성 시점을 더 연장해달라는 입장인데, 유럽 당국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제금융을 중단하지 못한 채 그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국채 매입이 통화정책 효과의 전달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조건을 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조건부 매입은 곧 앞으로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으며, 도한 그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ECB가 주변국의 적자 재정 문제를 완화해줘야 할 의무도 없거니와 한번 개입하기 시작하면 중단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분데스방크의 입장이 좀 더 현명해 보인다고 WSJ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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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