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무슨 카드를 꺼낼까.
유로존 체제를 존속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입’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활황장을 연출했지만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국채 직접 매입이나 또 한 차례 유동성 공급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실질적인 위기 진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드라기 총재가 강한 의지를 드러내 보였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조차 어렵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전망이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한계 수위로 통하는 7%를 넘은 이후 ECB의 국채 직접 매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 역시 미봉책일 뿐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합친 것보다 두 배 큰 경제 규모의 스페인을 구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회의가 가시지 않고 있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아리프 후사인 채권 디렉터는 26일(현지시간) “이번 위기는 전례 없는 사안인 만큼 해결책 역시 전통적인 방법과 달라야 한다”며 “ECB가 어떤 카드를 꺼내든 임기응변일 뿐”이라고 주장햇다.
프랑크푸르트 트러스트의 랄프 아렌스 펀드매니저는 “문제의 실체는 유동성이 아닌 지급불능”이라며 “이 문제를 ECB가 풀어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순히 유로화를 찍어낸다고 해서 풀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ECB는 지난해 말부터 두 차례에 걸친 장기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1조유로에 이르는 자금을 공급했지만 스페인 국채 수익률의 상승을 차단하는 효과는 단기에 그쳤다.
M&G의 마이클 리델 펀드매니저는 “ECB가 또 한 차례 대출을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고 있지만 그 효과는 과거 두 차례보다 약할 것”이라며 “대출은 은행권 부채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스페인 은행권은 ECB의 대출금으로 국채를 대량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국채 수익률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을 뿐 펀더멘털 측면의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자 최근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은행권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부실로 1000억유로에 이르는 자금 지원을 확보한 상태다.
때문에 ECB가 유동성 공급을 추가로 실시한다 하더라도 크게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효과가 더욱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