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연합(EU) 정책결정자들이 지난달 말 회담에서 구제금융기금의 은행권 직접 지원과 금융권 단일 감독기구 도입 등을 합의했지만, 이를 본격 시행하기도 전에 이미 유로존 시스템 균열이 깊어지고 있다.
EU는 세부안 합의를 거쳐 내년 이를 시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이미 손쓰기 힘들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장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나타났다.
◆ 유로존 시스템 깊어지는 균열
9일(현지시간)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7.11%까지 상승, EU의 대책과 ECB의 금리 인하에도 시장 불안감을 오히려 증폭되는 움직임이다.
은행권의 예금 이탈 역시 고조되고 있다. 스페인이 은행권 뿐 아니라 국가 부채에 대한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이 경우 1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이 시스템 위기를 막아내는 데 역부족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금융권 벽’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을 포함한 북유럽 채권국의 국채 발행 금리 및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주변국 수익률은 한계 수위까지 상승, 양측의 간극이 날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데 반해 독일과 네덜란드에 이어 프랑스까지 단기물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했다.
양극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라보뱅크 인터내셔널의 린 그레이엄 테일러 채권 전략가는 “정책자들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과 불신이 크다”며 “큰 틀에서 대략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합의하고 이행하기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 드라기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시사
드라기 총재는 9일 금리인하를 포함한 추가 경기부양책 실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사실을 내비쳤다.
그는 경제지표를 근거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어떤 결정이든 단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이날 유럽 의회에 출석한 드라기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경제지표와 현재 위기 상황을 지켜본 후 다음 카드를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유로존 경제가 기준금리를 높게 설정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