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자들 "'1000억유로 충분치 않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페인의 은행권 구제금융 신청은 반나절 효과에 그쳤다. 스페인 주가와 국채 수익률은 장 초반 기대감을 드러냈을 뿐 곧 싸늘하게 식었다.
뉴욕증시에서도 마찬가지. 3대 지수가 일제히 1% 이상 급락, 스페인 효과를 앞세워 상승 출발한 뉴욕증시는 전형적인 전강후약의 흐름을 연출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이 은행권을 구제하는 데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 스페인이 유로존에 은행권 부실 해소를 위해 1000억유로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가운데 11일(현지시간) 스페인 금융시장은 오히려 경계감을 높였다.
장 초반 5% 이상 랠리했던 스페인의 IBEX 35 지수는 상승분을 거의 모두 반납, 마감 기준으로 0.4% 오르는 데 그쳤다.
국채 수익률도 상승했다. 초반 큰 폭으로 하락했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8bp 급등한 6.51%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증시도 마찬가지다. 스톡스 유럽 600 지수는 랠리를 하루도 지속하지 못한 채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 증시 역시 초반 오름세를 보였으나 나스닥 지수가 1.7% 급락하는 등 3대 지수 모두 1% 이상 떨어졌다.
유로화 역시 상승 탄력을 지속하지 못했다. 이날 유로/달러는 뉴욕외환시장에서 1.2487달러를 기록해 0.24% 하락했다.
미지근한 시장 반응과 관련, 삭소뱅크의 스틴 제이콥슨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은 곧 벌레로 꽉 찬 캔 뚜껑을 여는 격”이라며 “은행 대출에 대해 스페인 국채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고, 이는 그리스에 벌어진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관점에서 볼 때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순간 국채 신용도가 떨어졌고, 따라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설명이다.
노무라증권의 기 만디 채권 전략가는 스페인 은행권이 자본재구성 이후에도 부실과 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리스와 달리 스페인 은행권은 채권 장부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그만큼 자본을 확충하는 것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핵심은 부동산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총선을 앞둔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대한 우려도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