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이 시장 불안감과 부채위기 전염에 대한 우려를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
유로존의 공조로 스페인 부채위기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단기적인 현상에 그쳤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탈리아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그리스에서 스페인으로 확산된 위기가 곧 이탈리아까지 덮칠 것이라는 우려다.
글렌데본 킹 애셋 매니지먼트의 니콜라 마리넬리 펀드매니저는 “이탈리아에 대한 우려가 날로 확대되고 있고, 이는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진정되기 어렵다”며 “스페인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이탈리아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문제는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할 때 훨씬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부채는 2조유로에 이르며, 이를 상환하기 위해 매달 350억유로 이상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는 유로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작은 에스토니아와 몰타, 키프로스의 연간 발행 규모를 웃도는 수치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매니징 디렉터는 “이탈리아의 문제는 어떤 형태든 스페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탈리아보다 스페인의 펀더멘털이 한층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스페인의 위기가 이탈리아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3.9%로 스페인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실업률 역시 24%에 이르는 스페인의 절반을 밑도는 상황이다. 부채 규모는 GDP의 120%에서 곧 정점을 이룰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는 예상하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유로존 3위 규모인 이탈리아 경제는 올해 1.7%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스페인의 전망치인 마이너스 1.6%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이미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국채를 적극 내다 팔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국채 발행 물량을 국내 은행권에 의존해 소화하는 실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저리 대출이 이탈리아 은행권을 통해 국채 시장의 버팀목을 제공한 셈이다.
도이체방크의 토마스 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 민간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차단될 경우 ECB를 불구덩이로 내모는 격이며, 유럽의 통화시스템이 총체적으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7bp 뛴 6.04%를 기록해 지난해 1월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