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이 미봉책에 불구하며, 스페인의 완전한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해결 과제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자 블룸버그통신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가 최근 자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체계는 스페인 정부가 스페인 은행들을 구제하고, 이 스페인 은행들이 정부를 구제하는 짜고치는 판"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 "돌려막기식 처방, 지속 불가능" - 스티글리츠
스페인이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모두 사용할 경우 이로 인해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중은 10%가 늘어나게 된다. 이미 올해 스페인은 GDP 대비 채무 비율이 지난 2011년 현재 68.5%에서 80%까지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채무 비율이 높아지면 스페인 정부는 더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 재정용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스페인은 지난해부터 자국 중앙은행과 시중은행들에게 발행 국채를 매입하게 했고, 앞으로 사용할 구제금융 자금도 새로운 국채를 발행하게 하여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돌려막기식 대응에 대해 스티글리츠는 "계속 작동될 수 없는 부두경제학"이라고 규정하면서, 유럽은 이런 방식이 아니라 공통 금융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JS)은 1000억 유로 규모의 은행 구제지원 요청이 스페인 전체 구제금융의 전주곡에 불과하며, 채권자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더 중대한 작업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 스페인 은행은 문제의 일부에 불과
은행 부문은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며 스페인의 재정 적자 및 경기 둔화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스페인 경기 위축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실업률 역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남은 과제 해결은 결코 쉽지 않다. 여기에 스페인 중앙정부는 지방 정부 재정 관리에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터지는 부동산 버블 문제는 스페인을 1/4분기에 경기 침체로 밀어 넣었고, 근로자 4명 중 1명은 실직 상태이고, 젊은층의 실업률은 50%에 육박한다.
현재 스페인 정부 적자규모 공식 전망치는 GDP의 5.3% 수준으로 이보다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스페인 측에서는 올해 적자를 커버하고 만기를 맞는 부채 상환을 위해 860억 유로를 차입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현재까지 자본 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480억 유로로 380억 유로가 여전히 모자란 상태다.
WSJ는 이 같은 상황에서 스페인이 자국 은행 구제를 위해 유로존 국가들에 손을 벌린 것은 암묵적으로 자금 조달처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UBS의 저스틴 나이트는 “스페인이 어느 시점에는 채권 시장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원 요청은 시장 접근이 제한돼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금리 전략대표 헬렌 하워스 역시도 “스페인 국채 매입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스페인 은행들 외에는 여전히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스페인이 부담해야
사실 해외 투자자들이 거의 부재한 상황에서 스페인 은행들만이 스페인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 상황은 수 개월간 스페인의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 가운데 건전한 은행들은 가치 하락을 우려해 스페인 국채 매입을 점차 꺼리는 상태다.
WSJ는 이 같은 스페인 정부와 은행의 연결고리가 지독히 끊기 어려운 상태인데, 아일랜드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공공 재정이 바닥나 결국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음을 지적했다.
게다가 이번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스페인 은행들에게 요구되는 조건과 관련해서도 세부 사항이 정해지지 않아 이번 계획이 얼마나 급조된 것인지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이번 구제금융으로 스페인이 필요로 했던 대규모 자금을 저비용으로 신속히 조달할 수는 있게 됐지만 여기에는 여러 함정이 숨어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 첫번째 함정으로 은행 구제금융 비용을 고스란히 스페인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또 두 번째는 지원 조건 때문에 스페인이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는 더욱 어려워 진다는 점이다.
JP모간 전략가 파반 와드와는 스페인이 현재 은행 시스템 문제와 정부 재정 문제, 경기 둔화라는 3중고를 겪고 있는데, 이번 은행권 지원으로 “세 문제 중 하나만 해결한 상황”이라면서 “이에 따라 11일(월) 정도에는 안도 랠리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이 랠리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왕의 귀환" 주식 최고의 별들이 한자리에 -독새,길상,유창범,윤종민...
▶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