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부채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이른바 ‘그랜드 플랜’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강도의 긴축안으로 재정건전성을 바로잡는 사이 구제금융으로 ‘급한 불’을 끄면서 시간을 벌고, 그 사이 경제 기초체력을 회복해 금융시장에서 정상적인 자금 조달 및 부채 상환에 나선다는 위기 해법이 암초를 만났다.
1조 유로를 웃도는 장기저리 대출프로그램(LTRO)의 효과가 희석되면서 스페인을 필두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국채 수익률까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 유동성 공급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설상가상, 긴축안마저 파열음을 내면서 유로존 부채위기 사태는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부채위기 전염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는 것과 달리 ECB는 시간이 필요할 뿐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직접적인 국채 매입을 실시, 보다 강력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최근 시장의 요구와 뚜렷한 이견을 드러낸 셈이다.
에발트 노보트니 ECB 정책이사는 “유럽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이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스페인에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제 구조적인 개혁이 단시일 안에 이뤄지기는 어려운 문제이며, 최소한 6개월 가량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점차 한계 수위에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든 위기 진화를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위기 돌파의 중추가 돼야 할 긴축안이 좌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선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긴축안 이행 및 독일과의 공조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네덜란드도 긴축안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 마르크 뤼테 총리와 내각이 사임하기로 했다. 이어 내달 그리스 총선과 독일의 지방선거, 아일랜드의 EU 신재정협약 국민투표까지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유럽 대륙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리처드 휘트만 연구원은 “유럽 전역에 걸쳐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안에 반기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