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최근 유로존에서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신호들이 하나 둘 지목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9일자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주 독일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동일 만기의 일본 국채(JGB) 수익률을 20년래 처음으로 밑돌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사실 유로존의 일본식 불황 재연 신호는 이미 여기 저기서 감지되고 있는데, 이날 분트채 10년물 수익률은 1.63%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데다 추가 하락의 여지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로존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경우 수익률은 대폭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 JGB 20년물 수익률이 지난 1997년 2% 아래로 밀린 뒤 거의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심지어는 1% 아래로 떨어질 때도 이따금 있었다.
◆ 유럽- 日, 닮은 꼴
유럽이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은 현재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유로존 주변국들은 부채 부담으로 인해 10년 간의 평균 이하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긴축에 나서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1980년부터 1990년까지 일본의 명목 GDP 성장률이 85%였는데 이후 20년간 성장률은 8%에 그쳤고, 유럽이 일본식 불황을 재연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이 같은 성장률 부진에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제2의 일본이 될 경우 증시 전망도 우울하다.
지난 2009년 3월 이후 현재 유로스톡스 50지수는 30% 상승했는데, S&P500지수가 동기간 105% 오른 데 비하면 한참 뒤쳐지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식 불황 그림자가 유럽을 덮을 경우 투자자들의 유럽 증시 외면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불황에 대처하는 정책적 대응에 있어서도 양측이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일본처럼 직접적인 양적 완화책을 쓴 것은 아니지만 은행들에 대한 3년 만기 저리대출(LTRO)을 제공함으로써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다.
LTRO에 대한 출구전략 논의가 이따금 나오고 있긴 하지만 현재 시장은 ECB가 어떤 방식으로든 시장 지원을 수 년간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식 불황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보다 더 암울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페인 적자 문제서부터 이탈리아 부채 및 프랑스 은행에 이르기까지 유로존 위기 범위는 지난 2008년 미국이나 1990년데 스웨덴이 취했던 과감한 정책 대응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만큼 심각할 지 모른다.
어쩌면 일본식 증시 불황과 국채가격 상승은 그나마 낙관적 시나리오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 ECB 효과 증발 임박…西 입찰 주시
시장에서는 위기 해결을 위해 유럽이 과감히 은행 유동성 지급에 나섰지만 그 효과가 빠르게 퇴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들이 저리에 대출받은 자금을 자국 국채 매입에 소진해 남은 자금이 거의 소진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RBC캐피탈마켓츠 애널리스트 앨런 브러튼은 “ECB가 제공한 유동성이 결국에는 바닥날 것이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은행들의 자국채 매입 역시 멈추거나 채권 매도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유럽 국채시장의 최대 매입자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LTRO가 올해 수백억 유로 규모의 부채 상환을 앞둔 은행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측면에서는 그 효과가 성공적이었다는 평이지만, 더 중요한 목적인 실물 경제로의 자금 공급, 특히 정부 재정 조달이라는 의미에서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WSJ는 또 유동성 지원에도 불구하고 부채 위기의 펀더멘털은 거의 변한 것이 없다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적자를 커버하려면 단기가 아닌 지속적인 재정 조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이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WSJ는 이날로 예정된 스페인의 25억 유로 규모 국채 입찰로 ECB의 구제안 효과를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7일 스페인 단기 국채입찰에 예상보다 강력한 수요가 몰리긴 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있을 국채 입찰 수요가 그리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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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