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중국 정부가 5년 만에 위안화의 하루 변동 허용 폭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제는 위안화가 적정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면서, 또한 경제의 경착륙 위험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여준 셈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게다가 조만간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단행된 이번 환율 변동폭 확대 조치는 국제사회의 중국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위안화의 위상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중국은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중국 런민은행(PBOC)은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일일 변동 허용 폭을 기존 상하 0.5%에서 상하 1%로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PBOC가 위안화 거래 일일 변동 허용 폭을 확대하기는 지난 2007년 5월 상하 0.3%에서 상하 0.5%로 확대한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이다.
PBOC는 이번 성명서를 통해 변동 허용 폭을 확대한 것은 외환시장의 발전과 함께 시장 참여자들의 위기 관리능력을 개선해 금융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일일 변동 허용 폭 확대는 당연히 위안화의 절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졌지만, 이번 조치는 당장은 어느 쪽으로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번 결정으로 중국은 금융시장을 더 개방한 것이며, 해외로 자금이 더 나가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자유변동 환율은 항상 미국이 요구하는 방향으로만 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들어 중국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위안화의 절상 속도도 다소 느려지는 양상을 보여왔다.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 2월 10일 6.2884위안으로 최저치를 경신한 이후 지난주에 6.3030위안에 거래되는 등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소폭(0.14%) 약세를 보인 상태.
역외 선물환시장(NDF)도 이제는 위안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위안화 1년물 NDF는 현재 위안화가 0.4% 가량 평가절하될 가능성을 반영하는 중이다.
위안화는 지난 2005년 달러화 페그제를 종료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명목상으로 약 30% 평가절상됐다. 최근인 지난 2010년 약 4%, 2011년에도 5% 가량 각각 꾸준히 평가절상되는 등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절상을 계속 용인할 것이란 인상을 주었으나 최근에는 큰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가 이제는 적정 수준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중국 정부 당국이나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변동폭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온 바 있다.
앞서 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역외 교역과 투자 확대를 위해 위안화의 태환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모간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소식 가운데 하나"라며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번 결정이 금융시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보이고 또 충분히 반영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국제사회 역시 중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환영하고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며 "이번 결정은 내수 확대와 환율 수준을 결정하는 데 시장의 역할을 더 확대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도 중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환영했으나, 여전히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벤 로드 백악관 자문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남미지도자들과 회동하고 있는 컬럼비아에서 가진 언론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우리가 요구한 위안화의 절상 요구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면서 "추가적인 움직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2950억 달러로 8%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선 일정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는 대중국 정책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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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