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1조유로 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유로존 부채위기 국가를 중심으로 유동성 경색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별도로 스페인 경제 하강이 깊어질 경우 은행권이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부실 여신과 디폴트가 늘어나면서 은행권 재무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ECB가 장기저리대출프로그램(LTRO)을 통해 은행권에 자금을 공급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지면서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니라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유럽 증시의 은행 지수인 유로 스톡스 뱅크 인덱스는 지난 2월 최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은행간 자금 거래 비용인 3개월물 리보-OIS 스프레드는 위험수위까지 벌어졌다.
이와 관련, 씨티그룹의 패트릭 페레트-그린 외환 전략가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은행주가 과매도 상태일 수도 있지만 최근 지표는 절박함을 드러내고 있다”며 “또 한 차례 유동성 경색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상승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얘기다.
재정적자 목표치가 빗나간 데 이어 내년 전망도 불투명한 데 따라 스페인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속하게 냉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치적인 변수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재정 긴축안과 예산 삭감 등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웨스트팩 은행의 로버트 레니 글로벌 외환 전략가는 “프랑스와 그리스 등 정치권 변동이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긴축안 이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유동성 경색은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스페인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가 깊어질 경우 시중은행이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동산 거품이 여전히 무너지는 상황이고, 이 때문에 부실 여신과 디폴트가 발생하면서 재무건전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스페인 정부와 중앙은행은 구제금융을 받을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지만 금융업계 애널리스트는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 경제는 올해 1.7%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금융시장 전문가는 예산 삭감과 긴축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이날 가파르게 상승했다. 5년물 국채 수익률이 31bp 오른 4.93%를 나타냈고, 10년물 수익률 역시 23bp 뛴 5.99%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12월 ECB가 유동성 공급을 시작한 이후 최대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