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이연춘 기자] 하이트진로는 합병 이후 줄곧 시장의 냉담한 시선을 받고 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주가는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9월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했지만 시가총액은 현재 반토막난 상태다. 시총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빠졌다. 합병 시점 2조6000억원이던 시총은 현재 1조7000억원 수준이다.
주가도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합병 시점의 주가는 3만2700원대였지만 그로부터 7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 주가는 2만6000원대에서 머물고 있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하이트진로에 대한 보고서마저 포기한 상태라고 말할 정도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종합주류그룹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는 하이트진로의 합병 이유가 무색하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합병을 하게되면 통합 영업과 공동 마케팅을 확대해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하지만 하이트맥주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8년 21%에서 지난해 12%대로 추락하며 반토막났다. 내부적인 시너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주력인 맥주와 소주의 부진은 이런 측면에서 우려를 더욱 높인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맥주 시장점유율(48.18%)은 오비맥주(51.82%)에게 발목을 잡혔다. 소주 역시 롯데주류에 밀려 한때 '소주=진로'라는 공식이 추억 속으로 사라질 위기다. 진로의 소주 점유율은 47.1%다.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의 합병 후 본격적인 통합 마케팅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시너지 효과나 경영 효율성,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하이트진로에게만큼은 반응이 냉담하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시장점유율이 개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올해 힘든 날을 보내야 할 것"이라며 "올해 이익모멘텀이 부진하다고 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한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증권사의 연구원도 "경쟁사에 밀려 맥주와 소주 점유율 하락이 눈에 띄고 있어 실적 부진이 계속 될 것"이라며 "합병 이후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는 다소 장기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주가하락과 시가총액 추락에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면 "지난해 합병 이후 시장에선 아직 저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하이트진로그룹은 알고 보면 올해 79주년을 맞는 국내에서 보기드문 장수기업이다. 하이트맥주란 사명은 1998년부터 사용했지만 앞선 조선맥주, 크라운맥주 등이 모두 전신이다.
하이트맥주는 1933년 일본기업이 세운 조선맥주가 출발이다.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정청의 관리에 들어갔다가 명성황후의 조카로 구한말 세도가였던 민영익의 증손자 민덕기씨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때 크라운맥주로 상표를 바꿨다.
이후 1966년 고 박경복씨가 경영권을 인수했고, 차남인 박문덕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국내 대표 맥주업체로 자리를 지켜왔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이제 박 회장의 장남 태영씨를 경영에 참여시키며 3세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고전과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옛 영광을 어떻게 되찾아갈지 시장과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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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