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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000억 달러' 굴리는 추흥식 외자운용원장

기사입력 : 2012년01월24일 12:00

최종수정 : 2012년01월20일 17:57

- 한은 외자운용 하드웨어 세계 일류, 소프트웨어 강화해야
- 중국 주식보다 채권에 관심, 이르면 상반기 투자
- 글로벌 시장 위든 아래든 크게 상황변화 감안해야
- 10년 뒤에 평가받는, 후배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뉴스핌= 대담/김사헌 IB금융부장, 정리/한기진, 사진/김학선 기자] 3000억 달러의 사나이, 세계은행(World Bank)에 돈 벌어 준 사람, 한국은행 내 파격 인사로 최근 화제가 된 그가 궁금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떤 운용 능력과 철학을 가졌는지 듣고 싶었다.

중국 금융시장에 참여하게 됐다고 발표한 지난 18일 오후, 한국은행 집무실에서 만난 추흥식(54·사진) 외자운용원장은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미소의 첫인상을 줬다. 대화를 나누자 거침없이 대답하면서도 주제와 단어 그리고 공식적인 입장에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책임감과 전문가적 기질을 드러냈다.

추 원장은 중국 시장에서 장내 주식거래 외에 장외 은행간 채권거래 자격과 한도도 부여받았다면서 “주식보다 채권 투자에 관심 있다”고 했다. 중국 국채시장은 한국보다 규모가 크다.

그는 규모로는 3086억달러(11월말 기준), 세계적으로는 8번째로 많은 외화를 굴리는 남자다. 그의 입에서 “00 화폐, 00 상품에 투자”라는 말만 나와도 시장이 급변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다.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외자운용 전략과 관련된 질문이 나올 때면 “구체적으로 이야기 못한다. 이해해달라”며 한 발을 뺐다. 그렇지만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글로벌경제에 대한 전망과 확고한 운용 철학을 쏟아냈다.

그는 한은 내부 출신으로 파격 인사라는 평을 들으면서 부총재보급 자리인 외자운용원장 자리에 올랐고, 30년 경력 중 90% 이상을 외환보유액 운용에 바쳐 화제가 됐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10억 달러일 때 입행해 지금은 3100억 달러에 달하는 성장산업에 운 좋게 올인한 결과가 아니겠냐"고 소탈하게 말했다.

앞으로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묻자 "외자운용이 그 범위나 리스크관리 시스템 측면에서는 크게 발달되었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 즉 의사결정 방식이나 운용성과의 최선 여부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외 여건 변화에 대한 적응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을 강조했다.

추흥식 외자운용원장은 그의 집무실에서 18일 뉴스핌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금융시장 투자는 이르면 상반기"라고 말했다.

- 한국은행이 중국 위안화에 투자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작년부터 돌았다. 왜 이제서야 발표하나.

“그동안 중국 관계당국에 투자승인 신청을 기다려왔는데 이번에 KIC 등과 함께 승인이 나면서 공식적으로 한 거다.”

- 위안화의 위상이 달러화에 대한 시각이 변하면서 오른 것인가.

“유로화가 달러화를 완전하게 대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유 외환(reserve currency)를 다양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위안화 투자는 아직은 많은 제약이 있으므로 당장의 투자대안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등에 맞춰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 주식과 채권시장에 각각 뛰어들 수 있다. 관심을 두는 쪽은.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 참여할 수 있는 적격외국계기관투자자(QFII) 자격과 중국 장외 은행간 채권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승인 두 가지를 얻었다. A주에 투자하는데 주식투자는 시간이 걸려야 한다. 중국 국채는 우리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보수적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라도 채권 투자가 메인이 된다. 이르면 상반기에 할 거다.”

- 채권 투자가 메인이라면 구체적인 전략은 뭔가.

“말할 수 없다. 외자운용원의 특수성을 이해해달라.”

- 전문가들은 단기물 위주로 투자하되 장기간 보유하는 ‘바이 앤 홀드’ 전략일 것으로 본다.

“우리의 방침은 밝힐 수 없지만, 주변에서 예상하는 게 틀리다고는….”

추흥식 외자운용원장은 "시류에 흔들리면 외화보유고의 안정성을 헤칠 수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회사채 투자를 확대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데, 설명해달라.

“회사채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은 잘 못 알려진 것이다. 투자역량을 높이고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는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 기존에는 달러나 유로화 등 통화별로 구분된 운용팀에서 각각 해당 통화의 회사채에 투자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통화의 회사채를 묶어서 하나의 팀, 즉 글로벌 회사채팀에서 투자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회사채는 기업신용분석이 기본인데 이를 한 팀에서 담당하는 게 맞다. 국제적인 자산운용사들도 모두 이런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 유로존 등 글로벌 시장 전망을 해달라.

“해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장 전망을 하지만 연말에 가서 보면 대부분이 틀렸다. 그래서 섣불리 전망하기가 꺼려진다. 많은 사람들이 유로화의 약세, 저금리 기조의 지속을 전망하고 있지만 연중에 큰 추세전환이 일어날 수 도 있다.”

- “큰 추세전환”이라는 말이 일반적인 관측과 다른 표현 같은데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시장 컨세서스에 마냥 맞춰갈 수는 없다. 현재 상황은 다운투바텀(down to bottom) 양상인데 이런 경우 추가 다운 사이드나 업 사이드든 한쪽으로 크게 변할 위험이 있어 상황 변화가 있을 것을 감안하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 25년을 외환보유액 운용과 관련된 일을 했다. 개인적인 투자 철학은.

“(시장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손실이 난다.”

- 외자운용원장으로서 투자 철학은.

“달라질 것은 없다. 외환보유액 운용은 당연히 안전성과 유동성이 최우선이다. 누가 외자운용원장이 되더라도 그것이 바뀔 수는 없다. 국제금융시장은 매우 효율적인 시장이므로 금리, 환율, 주가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 운용한다. 항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 주변의 눈이 매섭다. 자칫 투자 철학이 흔들릴 수 있는데.

“원장으로서 힘든 점이 그거다. (언론 등의 비판이)위기 때는 안정성을 문제삼고 안정기에는 수익률을 따진다. 글로벌 경제가 안정되면 외환보유액의 수익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시류에 흔들리면 안정성을 해칠 수 있어 (원칙을 지켜야 한다.)”

- 외자운용원장을 맡은 지 두 달이 다 된다. 어려움이 많을 텐데.

“선동렬 기아타이거즈 감독이 부담스럽다고 말한 인터뷰를 본적 있다. 주위의 격려와 기대가 너무 커서 부담이 많다. 자산운용은 장기 레이스이므로 단기간의 성과를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긴 호흡에서 봐주길 바란다.”

- 외환보유액 규모가 많은데 이걸 해외에 낮은 금리에 유치하고 정작 우리은행들은 비싸게 외자를 빌려온다는 얘기가 있다.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외환보유액은 정의상 '긴급할 때 언제가 가용할 수 있는 외화자산'이지만 민간은행이 쓰게 된다면 그렇게 분류할 수 있을까. 통안채 발행 비용 등 수지 측면에서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든든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비용이라고 보면 생각이 달라질거다."

- 외자운용계획에 어떤 변화를 줬나.

“한은의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절차는 국제금융시장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따른다. 통화구성과 상품구성에 관한 전략적 배분은 대내외 경제여건과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적 요인을 감안해 결정하므로 해마다 급격하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고려해 큰 틀을 유지한 채 미세조정을 할 뿐이다.”

- 한국투자공사(KIC)에 상당한 규모를 운용하고 있다.

"외자운용은 20개 이상의 해외 전문기관에 위탁 운용하고 있는데, KIC도 그 중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200억 달러 이상을 맡기고 있어 규모도 크고 특히 KIC는 재량권을 많이 부여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 운용역 외부 채용하고 조직개편도 했는데. 향후 인력운용 방향은

"우수한 인재가 많이 응모해서 경쟁율이 꽤 높다. 인력운용은 총재님의 지휘방침과 부합하도록 개개인의 수월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둔다. 저는 이들의 노력이 운용성과로 연결되도록 도와드리는 것을 임무로 삼고 싶다"

- 수월성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성, 오너십(ownership)이다. 즉 누가 어떻게 투자했느냐는 것이다. 투자운용의 기초 원칙은 먼저 시장과의 연관성(correlation)에 맞게 전략을 잘 세워야 하고 그 다음 얼마나 많은 개별 투자전략의 수(n)를 만드느냐에 있다. 이런 점에서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외자운용원장으로 포부를 말해달라.

“외자운용은 긴 호흡으로 가는 것이다. 임기는 3년이지만 당장보다 일을 마치고 난 뒤에 평가 받는 원장이 되고 싶다. 10년 뒤에 평가받아 후배들에게 인정 받았으면 한다.”

※ 추흥식 외자운용원장은

1958년 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석사를 마쳤으며 1982년 한은에 입행해 30년 가까이 외화자산 운용업무를 담당해왔다.

특히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외화자산 운용 수석컨설턴트를 역임하고 한은 뉴욕사무소 외자운용 데스크를 운용하면서 국제감각과 국제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인재무분석사(CFA) 자격증 소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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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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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긴급 방문한 이란 외무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있는 레바논을 예고 없이 방문해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아락치 장관은 이날 오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으로 입국해 나지브 미카티 총리 등 레바논 정부 지도부를 만났다. 지도부와의 회동을 마친 장관은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이 우리에게 어떤 조치나 행동을 취한다면, 우리의 보복은 이전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재보복 움직임에 경고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koinwon@newspim.com 그는 이어 "이란은 공습을 계속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일말의 행동에 나선다면 분명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국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해서는 "우리가 공격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란 영토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대사관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군사·안보 시설을 합법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이란은 지지하지만, 가자지구의 휴전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긴급 방문은 중동 '저항의 축'의 주축인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 약 180발을 쏘며 대규모 공습을 가한 후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것이라 천명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란 고위 관리가 레바논을 찾은 것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3일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하고 레바논 남부 등에 대규모 공습을 진행해 왔다. 이어 27일에는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표적 공습, 살해한 데 이어 30일에는 레바논 남부에 병력을 투입하며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전에 돌입했다. 이에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이란 혁명수비대 작전 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koinwon@newspim.com 2024-10-0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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