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감한 외부 인재채용 주문, 보수적 한은에 충격 요법
- “포트폴리오는 투자만 해당되나, 인재도 포함돼”
[뉴스핌=한기진 기자] “책임자급 외환운용 매니저에게 부총재급 연봉을 주겠다.”
김중수(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300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운용할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공개 채용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 화제가 되고 있다.
공개 채용 발표에는 한은의 부장급 급여보다 약간 더 주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김 총재가 최근 열린 간부회의에서 “뛰어난 인재를 데려오라”면서 유인책으로 금전적 보상 확대를 내건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원래 한은의 부장급은 국실장급과 함께 직급상 1급에 해당, 부총재급과 비교할 때 서열로 따져 밑에 있다.
평소 보수적인 한은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던 김 총재의 이런 발언은 내년 초 조직개편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 뽑는 투자운용부장은 3000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투자 자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외화를 운용한다는 점에서 경력에 큰 도움이 되는 자리다. 그러나 한은은 인재 기준인 경험과 해외 채권 및 상품 투자 경력을 가진 인력풀이 크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조건을 만족시킨다고 해도 수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던 이들이 한은을 택할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외자운용원 고위 관계자는 “해외 투자를 해본 사람이어야 하는데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름대로 고급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한은이 세일즈를 하는 것”이라며 “민간의 급여보다 적어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투자운용부장은 투자운용부를 총괄하며 외화자산의 국외 운용, 투자전략과 국제 금융시장 동향 분석 등을 담당한다. 국내외 금융기관이나 국제금융기구에서 7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 지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공개 채용중인 글로벌 회사채 운용 담당 팀장은 글로벌 회사채 운용과 투자전략, 회사채 신용 분석 등의 업무를 맡는다. 해외 채권이나 주식 운용에서 우수한 업무실적이 있으면 우대한다.
김중수 총재는 내년 초 조직개편을 통해 본인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한은의 혁신을 어느 정도 완성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있었던 조직개편에서 관철하고자 했지만 내부 반발에 막혀 절반만 이뤘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총재는 한은의 내부에서 안주하지 말라”고 자주 주문한다면서 “보수적인 조직에 자극을 주려 한다”고 했다.
이번 외자운용원 책임자급 공개 채용에서 사실상 서열 파괴를 시도하는 것도 김 총재의 일종의 충격요법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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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