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나타나, 3개월 만에 다시 4%대로 올라섰다. 그간 폭등세를 보이던 금반지를 물가산정 대상품목에서 제외했는데도 여전히 4%를 상회한 것이다.
오늘부터 전기료가 인상되고 각종 공공요금도 그 뒤를 이을 기세이다. 더구나 생산자물가지수와 수입물가지수가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이번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에서도 정부가 4% 목표달성을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등 비판적인 여론으로 끓어 올랐다.
이번 개편으로 물가 상승률은 0.4%p 하락해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 상한인 4% 이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고, 실제 12월 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비 4.6% 이하이면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4%가 된다고 통계청이 확인한 바 있다.
◆ 미심쩍은 금반지 제외, 소비행태 변화보다는 4% 목표에 집착한 결과
정부는 이번 개편에서 금반지를 물가산정 Basket 품목에서 제외했다. 이유는 국제기준에 의하면 금반지(24K)가 소비지출 대상이 아니라 가치저장을 위한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 대신 장신구(14K 미만 금제품 등)를 추가했다.
금반지를 제외로 인한 물가 상승률 하락효과는 0.27%p, 장신구 추가로 인한 물가상승률 상승효과는 0.02%p이다. 품목교체에 따른 물가 상승률에 대한 효과는 두 개를 합한 0.25%p로 이번 개편의 총 하락효과(0.4%p)의 60%이상을 차지한다.
10월 기준 금 1돈 가격은 약 21만원으로 지난 2005년의 7만원에 비하면 무려 3배 상승해, 물가지수로는 288.8(2005년 100.0 기준)로 나타난다. 이같이 지수 상승폭이 큰 금반지가 제외됨에 따라 개편에 따른 물가하락 효과가 더욱 확대된 것이다.
어찌됐든 이같이 확대된 효과 덕분에 올해 물가상승률 4% 목표는 달성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 여론이 빗발치는 문제가 있다. 지수개편에 따른 물가상승률 하락효과는 지나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왜 하필 금반지를 제외했는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궁색하다. 전문가들은 소비행태로 비추어볼 때 금반지를 꼭 제외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돌잔치가면 금반지를 가져가는 우리의 미풍양속은 여전히 살아있고, 물가지수가 작성되기 시작한 1948년부터 여태껏 한 번도 금반지가 문제시 된 적이 없다”며 “가중치를 줄이면 될 것을...”하며 아쉬워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일본의 경우 국민이 애용하는 백금반지를 Basket 넣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제기준이 우리의 소비행태를 다 반영한 것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이에 정부는 금반지에 대한 유럽 등 서구의 소비행태 조사에 착수했고, 조만간 추가적인 해명을 할 것이란 추측이 분분하다.
◆ 가죽구두 vs 검정고무신, 소비자물가지수 Basket 품목간의 양극화 문제
실질적인 소비수준이 하락해 가죽구두에서 검정고무신으로 Basket이 변동되면, 물가지수에 어떤 영향이 올 까?
전문가들은 물가지표에 감정을 싣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한다. Basket 변동으로 소비재가 전반적인 질적 저하를 가져오더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고, 그것은 물가지표보다는 실질소득 수준의 추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Basket구성에서 고가품에서 저가품까지의 폭이 더 넓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하게 진행될 경우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어떠한 사회계층의 체감물가도 설명할 수 없는 경우는 상정해 볼 수 있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요즘같이 자산가치 하락이나 경제위기 불안감 등으로 소비행태에서 긴축적인 성향이 나타나는 때는 특히 더 그럴 것이다.
경원대의 홍종학 교수는 한 방송인터뷰에서 “생활물가지수라든가 신선물가지수 이런 것들을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 좀 모자란 게 있다” 면서 “개인적으로 소득계층별 물가지수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LED TV나 수입승용차와 같은 고소득층이 쓰는 물건 값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저소득층은 시장에서 주로 생필품을 구입하는데 이런 것들은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나누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뜻이다.
반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수입승용차는 가계동향조사에서 월소비지출액이 212원 이상으로 나타나 이번에 포함됐고, 떡볶이는 체인점이 생기면서 지속적으로 조사가 가능해 편입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품목내의 양극화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 개편 1개월 앞당긴 것, 기대인플레이션 진정효과라도 있기를
물가지수 개편 주기 추이는 1990년 이후 29개월에서 27개월, 25개월에서 24개월, 이번에 23개월로 나타났다. 이번에 또 1개월 앞당겨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표가 현실과 거리가 멀어진 만큼 가능한 빨리 개편하자는 차원에서 1개월 앞당겨 진 것이고, 특히 정부의 내년 전망과 경제정책운영방향 등이 모두 발표된 이후에 소비자물가지수가 개편되면 오히려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4%가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것 못지않게 개편을 1개월 앞당겨 한 것에 대한 설명도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한은과 민간연구소 전문가들은 “전문가로서 다른 것은 다 이해할 수 있지만 이번 개편에서 금반지와 1개월 앞당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다며 더 이상의 논의는 꺼렸다.
단지 최근 정부 안팎에서 기대인플레이션 진정에 대한 긴급성이 자주 강조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기대인플레이션의 진정을 위해서 서둘렀지 않는가라는 추측은 가능해 보인다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이미 지난 11월 그린북에서 “기대인플레, 수입물가 오름세 등 물가상승요인이 상존한다”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을 주목했고, KDI는 최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를 잡으려면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부터 우선 잡아야 할 것”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소비자물가 개편에 따른 물가상승률 하락이 기대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대해 한은과 정부 관계자들은 경험적으로 같은 시각이며, 한은이 한층 더 긍정적이었다.
그 많은 꼼수비판을 뒤로 하더라도, 이번 물가지수 개편이 그나마 기대인플레이션 진정효과를 조금이라도 가져오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엷지 않다.
민간연구소의 한 애널리스트는 "물가상승률이 0.4%p 하락했고, 더불어 새로 제시될 OECD방식의 근원물가 수준도 추가로 0.3%p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인플레 기대심리를 완화하는 데 상당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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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