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부실 위험→은행·신보 악순환 빠져
- 은행들, 담보 또는 신보 보증 없으면 ‘대출 안 해줘’
- 신보는 보증 만기연장 늘려주며 부실 도미노 막기 나서
- 9월 중기 대출중 60% 이상 신보 보증.. 신용 대출 거의 없어
[뉴스핌=한기진 기자] 중소기업의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악순환에 빠졌다.
은행들은 위험회피 성향이 심해져 신보의 보증을 받아오라는 요구가 심해졌고, 신보는 보증을 중단할 경우 부도 도미노를 우려해 추가 보증과 만기연장을 확대하고 있다. 모두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담보 제공 여력 등 체질이 취약해진 데 따른 결과다.
31일 신보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자체 신용으로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을 수 없는 중소기업을 위해 제공한 ‘신규보증’ 규모가 7조 299억원으로 전달(6조 428억원)보다 9871억원 늘었다.
중소기업은 이 보증을 은행에 제시하고 대출받는다. 신보가 대출 원금의 평균 85% 가량을 보증해주는 만큼 약 1조원 이상이 은행에서 중기 대출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1조 7000억원 늘어난(한국은행 9월중 금융시장 동향) 것을 감안하면 신보 보증에 의한 게 대부분이다. 나머지는 신용대출 등으로 은행들이 자체적인 판단 하에 집행한 것이다. 1조원 이상의 대출이 신보 보증이 없었으면 나갈 수 없었던 셈이다.
그나마 지난 달은 추석 자금 수요가 몰려, 은행들이 특별자금 형태로 ‘특별히’ 대출을 늘려줬던 점을 감안하면 이후부터는 줄었을 것이 분명하다.
은행들의 중기대출 기피 분위기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4/4분기 은행들의 종합대출태도지수에서도 나타난다. 중기대출태도지수는 직전 분기 19에서 13으로 크게 떨어졌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장들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 추세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중기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2∼3년뒤 연체율이 크게 상승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난 21일 한은 주재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신보는 만기 연장을 늘려주는 방법으로 중기 부실을 막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9월까지 22조 6481억원에 달하는 만기를 연장해주며 10월 28일 현재 올해 목표 보증의 88%를 이미 채웠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 주로 신보의 보증을 많이 받는데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부실이 터질 게 분명해, 어쩔 수 없이 신보가 나서고 있다”면서 “은행들도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신보의 보증을 더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내달 1일 기업은행 노동조합조합이 주축이 돼 ‘올바른 중소기업 금융정책 모색 대토론회’가 국회도서관에서 열린다.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 한귀영 KSOI 수석전문위원이 주제 발표를 하고 박선숙 의원(민주당), 정두언 의원(한나라당) 등이 토론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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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