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장도선 특파원] 그리스가 다음달 유로존 회원국들과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80억달러의 구제자금을 제공받는다. 이로써 그리스는 디폴트를 피하는 데 필요한 긴급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EU/IMF/ECB 관계자들로 구성된 소위 트로이카 그리스 실사단은 11일(유럽시간) 수주일에 걸친 실사작업을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일단 유로그룹과 IMF 이사회가 5차 실사 결과를 승인하게 되면 80억 유로(유로 회원국 58억 유로, IMF 22억 유로 부담) 규모의 차기 지원분이 제공될 예정이고, 예정 시점은 11월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사단은 그러나 그리스가 지난해 5월 구제금융 합의 당시 약속한 구조개혁을 이루는데 있어 부분적 성과만 거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트로이카는 성명에서 "그리스 정부는 공공부문과 경제의 보다 폭넓은 구조개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사단은 또 그리스 정부가 2013년과 2014년 부채 축소 목표를 달성하려면 추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현재 민영화 작업과 구조개혁이 미흡한 상태라고 밝혔다.
내달 그리스에 제공될 80억유로의 지원금은 그리스 위기를 해소하기 보다는 그리스와 유로존 회원국들에게 잠시 시간을 벌어주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17개 회원국들로 구성된 유로존의 양대 경제 대국인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은 지난 9일 회담에서 유로존 위기 해소를 위한 포괄적 전략을 마련, 10월 23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가 올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인정함에 따라 지난 7월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2차 그리스 구제계획은 그리스 위기 해결에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규모 확대와 은행 재자본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유럽시스템위험이사회(European Systemic Risk Board) 의장직을 맡고 있는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1일 유로존 주권국가 채무 위기는 시스템화됐다면서 단호한 조치가 시급하게 취해지지 않을 경우 글로벌 경제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시스템위험이사회는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이달말 ECB 총재직 사임에 앞서 이날 마지막으로 유럽의회 위원회에 출석한 트리셰는 "위기는 시스템적이며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U 금융시스템 내부의 상호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위기의 전염 위험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EU 금융안정 전체를 위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과 유럽 이외 지역의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 금융규제당국은 유럽 은행들의 재자본화 필요성을 평가하기 위해 은행들에게 자본 현황 및 주권국가 부채 노출 정도에 관한 최신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시장의 관심은 슬로바키아 의회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 비준 투표에 쏠려 있는 모습이다.
아직 EFSF 확대안을 비준하지 않은 유일한 유로존 회원국인 슬로바키아의 이베타 라디코바 총리는 이번 비준안 투표를 정부의 신임안과 연계시켰다.
4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 여당의 일원인 자유연대당(SaS)은 EFSF 확대안 투표와 관련, 기권을 선언했다. SaS는 가난한 슬로바키아가 자신들보다 부유한 나라들의 구제금융을 위해 더 많은 부담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SaS의 기권에도 불구하고 라디코바총리는 야당의 지원을 얻어 EFSF 확대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야당은 EFSF 확대안에 찬성하는 대가로 조기 총선 또는 내각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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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im] 장도선 기자 (jds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