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26일 원/달러 환율이 또 30원 폭등하면서 1190원대로 치솟았다.
연중 최고치를 또 갈아치우면서 외환당국이 임계점으로 보고 있는 1200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으로 장중 내내 1190원이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했지만 결국 장 막판 뚫고 올라갔다. 당국이 이렇다할 방어에 나서지 못하면서 역내외에서 달러매수에 나선 까닭이다.
당국이 40억~50억 달러 수준의 대규모 (매도)개입을 단행했던 지난 23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외환당국의 개입물량이 단기적으로 소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 추가 급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당국의 개입 물량 한도 전체가 동난 것은 아니겠지만, 시중 달러자금이 여유있다는 식으로 최근 상황을 쉽게 보다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긴급상황에 대처하는 기금 운용 능력이 '삐긋'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 한은, 달러 실탄 부족하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외환당국의 개입을 위한 실탄이 소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20억달러, 23일 40~50억달러 등 지난주에만 외환당국은 100억달러에 이르는 달러를 내다판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3000억달러를 넘어서지만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달러 현금 비중은 크지 않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말 기준으로 외환보유고 3122억달러 가운데 80%인 2798억달러가 국채, 금융채, 국제기구채 등에 투자돼 있다. 또 ▲ 외국 금융회사 예치금(예금) ▲ IMF 특별인출권(SDR) ▲ IMF 포지션 ▲ 금 등을 고려하면 현금화시킬 수 있는 금액은 10% 안팎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지난주 대규모 매도개입이 단행되기 전 당국이 유로화를 달러화로 바꿔 개입물량을 준비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A은행의 딜러는 "한국은행에서 달러 실탄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로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가 시장에 많이 퍼졌다"고 전했다.
이 딜러는 이어 "개입을 하려면 자금과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지난주에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실탄을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 같은 경우는 개입 들어오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B은행의 딜러는 "외환보유고 중 90%가 유가증권과 채권이고 달러의 현금보유량이 많지 않다"며 "실질적으로 직접 개입시 사용할 수 있는 유동가능한 현금보유가 많지 않고 의사결정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 한은, '개입한도 설정' 얘기도
아울러 외환당국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교훈 삼아 개입한도를 설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2~3일 혹은 일주일 단위로 개입한도를 설정하고 개입에 나선다는 것. 이에 따라 당국의 개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타이밍을 놓칠 경우 급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08넌 금융위기 당시 외환당국은 하반기 중 1100억달러의 보유 외환을 풀었다. 이 중 700~800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투매해 2008년 말에는 환율이 1258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 같은 조치가 중단되자 환율은 157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B은행의 딜러는 "외환당국의 개입한도가 일주일이나 2~3일 단위로 있다고 한다"며 "금융위기 이후 개입에도 불구 환율이 급등하면서 내부적인 법규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이어 "(외환당국이 특정 레벨을) 막다가 어느 순간 (레벨이) 뚫리는 것은 한도소진이 됐기 때문"이라며 "매도개입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C은행의 딜러는 "개입한도가 어느 정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부적으로 인프라의 기준은 있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한도관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 개입 한도가 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한도가 있어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것인지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떤 결정권자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늘이 두쪽 나도 지키는 것이 한도의 개념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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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