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기자] 그리스 디폴트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 위기 해법의 열쇠를 거머쥐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긴급 화상 회담에 나설 예정이어서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프랑스 엘리제궁은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14일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3개국 정상이 컨퍼런스 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리스 정부 측 역시 이번 회동이 한국 시각으로 오는 15일 오전 1시경 시작될 예정이며 주로 그리스의 개혁 프로그램과 관련된 사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정상들이 이처럼 긴급 회담을 잡은 것은 유로존 위기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초 독일 주요 관료들이 그리스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들이 독일이 그리스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특히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슈피겔지를 통해 그리스 정부가 부도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독일이 그리스 디폴트에 대비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런 발언으로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자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나서 독일은 그리스의 무질서한 디폴트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오히려 전전긍긍하는 상태로 빠져들었다.
◆ 독일 프랑스 그리스 3개국 정상 긴급 회의 개최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최후통첩을 기다리고 있는 그리스 정부는 다급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지출 삭감을 비롯한 개혁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21일 유럽 정상들이 발표한 임시방편적인 구제계획은 아직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그리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산은 오는 10월 중순이면 고갈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을 통해 3국 정상들은 그리스의 최근 긴축 행보에 대한 평가와 함께 그리스의 2차 구제자금의 필요성에 대해 초점을 맞춰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의 이런 외교적인 노력에 불구하고 그리스 해법에 대한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오는 16일 이례적으로 유럽 재무장관 회담에 참석하는 것 역시 유로존 위기 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 독일 메르켈 총리 입지 약화 걸림돌, 유럽 및 글로벌 회의 주목
그러나 독일 메르켈 행정부가 처한 정치적 여건이 사태 해결에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은 현재 그리스 구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으며 여기에 앞서 지방 선거에서의 패배 역시 메르켈 총리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반면 그리스 채무에 대한 은행권 익스포저가 가장 큰 프랑스는 독일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동에서 정상들 사이에 정확히 어떤 논의가 오고갔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이번 회담에 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프랑스의 한 소식통은 "사르코지 대통령은 강력한 결의를 보이고 있으며 메르켈 총리와 전날 논의를 가진 후 이날 중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소식이 나간 뒤 프랑스 정부는 3국 정상간 컨퍼런스 콜이 진행될 예정이기는 하지만, 그리스와 관련된 발표는 예정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리스 파산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3개국 정상간 컨퍼런스 콜은 뚜렷한 해결보다는 그리스에 대해 구제금융을 지원할 의향이 있고 공동대응한다는 정도의 입장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3개국간 논의를 바탕으로 오는 16일 유럽의 재무장관회의를 거치면서 유럽 내 갈등과 이견이 해소되거나 증폭되는 등 유럽 내 논의가 수렴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다음주 주중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WB 연차 총회 등을 거치면서 G7이나 G20 등 글로벌 차원에서 정상간 논의를 통해 좀더 진전된 해법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채무위기, 그리고 유럽계 은행들의 신용위기에 대한 유럽 내, 그리고 글로벌 차원의 해법이 구체화될 때까지 일희일비하는 변동성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