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지원예산 5000억원 → 3000억원으로 축소할 듯
[뉴스핌=노종빈 기자] 이명박(MB) 정부의 대표적인 지역산업 활성화 정책이자 그동안 영남권보다 호남·충청권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사업에 대해 정부가 내년 예산을 대거 삭감할 것으로 관측돼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정부 각 부처와 소식통,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식경제부가 진행하고 있는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지경부가 요구한 5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40% 가량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 MB정부 핵심 지역활성화 사업, 이번주 방침 결정
이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가운데 하나로 최근 이 대통령이 최근 8·15 경축사를 통해 밝힌 이른바 '공생발전 시스템' 구축 과제의 주축사업으로 대두할 것으로 평가되는 사업이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에 대한 2차 예산 심사는 당초 22일로 예정됐으나 일정이 다소 조정돼 이번 주 중반에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내부검토 중인 사안으로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며 "9월말 시한까지는 가 봐야 최종적인 결과를 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부의 예산 삭감 방침이 일부 새어 나오자, 담당 부처인 지경부는 물론, 관련 지자체 및 과제수행 업체들도 크게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 예산이 축소될 경우 업계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 선도산업 지원 프로젝트의 부분적인 퇴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상황의 악화 등 새로운 현상에 맞게 궤도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만약 사업 예산의 지원 규모가 줄어든다면 일부 프로젝트가 탈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영남권보다 호남권 지원 정책, 예산 축소 가능성?
더욱이 이 사업은 영남권보다 호남·충청권에 대한 지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번 예산 축소 가능성과 함께 그 배경을 놓고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차 사업이 진행된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개 년간 예산 집행 규모는 호남권 1808억원으로 가장 많고 충청권이 1657억원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3위 동남권(부산·경남)과 4위 대경권(대구·경북)의 경우 각각 1524억원과 1444억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뒤를 이어 강원권과 제주권의 경우 각각 540억원과 498억원이 지원됐다.
이에 따라 3년간 호남 ·충청권에 지원된 예산 규모는 3465억원으로 동남·대경권 지원 규모 2968억원보다 약 500억원 가까이 많은 상황이다.
또한 지난 6월 프로젝트 추진성과 평가 결과에서도 최우수인 A등급으로 평가된 프로젝트도 호남권의 '광기반 부품소재'와 '하이브리드카', 충청권의 '차세대 무선통신 단말기 부품'과 '그린 반도체 산업' 등으로 지난 해에 이어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호남권의 '하이브리드카' 프로젝트의 경우 3년간 연평균 24.3%의 높은 예산지원 증가율을 기록하며 총 519억원의 예산을 지원 받은 바 있다.
반면 부진한 평가를 받았던 프로젝트로는 동남권의 '안전편의', 대경권의 '의료기기', 강원권의 '의료관광' 및 제주권의 '물산업' 프로젝트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프로젝트는 지역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부진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 글로벌 경제 여건 악화, 일부 프로젝트 퇴출 "불가피"
일각에서는 최근 글로벌 경제 여건의 악화로 인해 선진 주요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일부 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이 불가피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선도산업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 정책수혜 산업의 편중 또는 중복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 이미 성장궤도에 올라 있는 사업에 대해서도 지원이 되고 있다는 점 ▲ 일부 광역권의 경우 대기업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 등 정책 효과에 대한 반발 의견도 만만찮다.
여기에 이번 예산 축소 가능성이 불거져 나온 것은 광역경제권으로 묶어서 지원하다 보니 시도 및 광역지자체간의 입장 조율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부재했던 점 등도 예산 삭감 가능성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소식통은 "현재 2차 3개년 사업 기획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확한 파급효과는 분석하기 어렵다"며 "예산 축소시 대규모 사업 조정과 일부 프로젝트의 퇴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