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대기업들은 해법 내놓지만 업계 1위는 눈치보기
-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뉴스핌=정탁윤 기자] 대-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나온 대기업들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사업(MRO) 철수 움직임에 LG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삼성이 매각을 통한 MRO사업 철수를, SK가 사회적기업화 방침을 각각 밝혔지만 정작 국내 MRO업계 1위인 LG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LG는 삼성이 MRO사업 매각 방침을 밝힌 지난 1일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대로 LG도 그 방향에 맞추어 나갈 방침" 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은 상태다.
◆ 매출 4조원대 '알짜 회사' LG서브원
LG는 LG서브원이라는 비상장 MRO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주)LG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매출이 3조 8477억원으로 업계 1위다.
당초 정부가 대-중소기업동반 성장 차원에서 국내 MRO사업 현황을 조사해보겠다고 나선 것도 업계 1위인 LG서브원을 염두에 뒀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정부의 압박에 한화와 코오롱, KT, 포스코 등은 잇따라 MRO사업 철수 또는 '재검토'로 응했다.
그렇지만 정작 LG는 "계열사와 1차 협력사의 물량 외에 신규 영업을 하지 않겠다(5월 25일)"는 발표외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LG 고위 관계자는 8일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면 맞춰 나가겠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향후 건설업 재진출 지렛대?
LG가 이처럼 쉽게 MRO사업 관련된 결정을 못 내리는 이유는 복잡하다.
우선 삼성과 달리 지분 100%를 오너가(家)가 보유하고 있고 매출이 3조원이 넘을 만큼 수익 측면에서도 쏠쏠한 알짜 회사라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 LG서브원을 LG가의 재산증식용 회사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또 다른 대기업과 달리 LG서브원은 MRO사업외에 건설 관련 매니지먼트나 건물 관리, 리조트 사업 등도 하고 있어 단순 매각이 쉽지 않다.
올해 3월 제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LG서브원의 매출 비중은 MRO사업이 62.9%, FM(Facility Management, 건물관리)사업 9.7%, 건설사업 24.4%, 레저사 업 2.4% 등 이다.
여기에 LG가 LG서브원을 향후 건설업 재진출의 지렛대로 삼고자하기 때문에 더더욱 회사를 매각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LG는 지난 2004년 GS와 계열분리하면서 GS와 상호 주력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어, 건설업을 GS에 넘겼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의 건설업 재진출설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얘기"라 며 "LG서브원이 건설사업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그룹내 요긴하게 활용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MRO사업부만 따로 떼내 매각하는 안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서브원의 경우 아직 전체적인 체계가 없기 때문에 MRO사업부만 매각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오너가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 "기업 판단 존중하고 시장자율에 맡겨야" 주장도
재계 일각에선 LG가 오로지 정부 눈치를 보느라 MRO사업을 접거나 아예 회사를 매각하는 것도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삼성이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지분매각을 타진하고 있지만 매각 금액이 커 선뜻 인수할 만한 여건이 안된다는 것도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 자율에 맡기든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의 중소기업 지원책이 선행 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초 MRO사업은 내수 중소기업에 맡기는 것보다 대기업이 직접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대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것인데 이를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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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