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지식경제부가 다음달 1일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키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이날 과천청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현재 전기요금은 원가의 86.1%에 불과하지만 서민부담과 물가 영향을 고려해 최소한의 요금만 인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지경부의 전기요금 인상 발표는 무엇보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당위성과 이에 따른 여론의 공감대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단순히 전기요금 요율을 조정한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전기요금 부과 체계 변화 및 전력수급 안정 효율화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 "월 전기료 4만원 내는 가정, 한달에 800원 더 낸다"
지경부는 이번 4.9% 전기요금 인상 조치로 인해 월평균 전기요금이 4만원 가량 나오는 일반 가정의 경우 전기요금은 월 800원 수준 증가할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월평균 468만원을 부담하는 기업의 경우는 전기요금이 월 28만 6000원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조치로 소비자 물가는 연 0.038% 포인트 상승하고 생산자물가는 연 0.122%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국내 연간 전력소비량도 연 51억kWh 규모 감소하고 LNG수입도 연 6176억원 감소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됐다.
◆ 저소득층 전기요금 부담 감면 현실화
이와 함께 이번 전기요금 조정안에는 저소득층에 대한 전기요금 부담을 정액으로 감면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올해에는 저소득층 정률식 감면이 이뤄져 전체 전기요금 부과 의 10.5%인 대상 220만 가구에 대해 2750억 원 규모가 감면됐다.
하지만 이는 전기사용량이 증가할수록 혜택이 증가하지만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저소득층은 혜택이 작은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 정액감면 제도를 도입,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초수급자, 장애인, 유공자에 대해 최소 생활 보장 수준의 전력에 해당하는 월 8000원 수준으로 감면 폭을 늘려 요금 현실화에 따른 부담을 보전키로 했다.
이와 함께 대가족이나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기존 할인제도를 유지하나 전력 과소비 가구의 과도한 혜택 방지를 위해 감면 상한을 월 1만2000원 수준으로 제한키로 했다.
◆ 심야전력, 싸다 "옛말". 요금 큰 폭 인상 전망
또한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반용 고전압의 심야시간대(23~09시) 요금 인상률을 8.7%대로 기타 시간대의 5.6%에 비해 대폭 인상했다.
정부는 우선 대형빌딩 등에 대해 심야 시간대의 에너지 절약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심야 시간대 요금을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싼 전기요금 탓에 산업 및 농가, 학교 등에서의 불필요한 전력 과소비도 발생해왔던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 가격 왜곡에 따른 전력대체 사례로 주물공장 동력이나 컨테이너 크레인 동력을 기존 경유로 사용하던 것을 전기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교육기관에서는 중앙 난방시스템에서 시스템에어컨(EHP)을 도입하는 등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을 활용한 설비 확대 문제와 농가에서는 하우스난방과 농산물건조 등에도 전기보일러와 열건조방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사례도 지적됐다.
◆ 겨울철 전기요금도 비교적 큰 폭 올렸다
정부는 이번 요금조정에서 계절별 차등 요금제가 적용되는 일반용과 산업용, 교육용의 경우는 겨울철 요금을 상대적으로 높게 인상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겨울철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원가회수율이 낮았고 이에 따라 겨울철 전력수요 절감 효과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09년 이후 겨울철 최대 전력소모량이 여름철 최대 전력소모량을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겨울철 전기요금도 산업용의 경우 7.9% 인상한 것을 비롯, 일반용과 교육용도 4.3%~4.4%대로 비교적 큰 폭으로 인상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또한 겨울철 전력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해 온 가정용 전기온풍기 등 전열기에 대한 에너지 비용표시제도를 금년말까지 도입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정내 전기소비 비중이 큰 주요 가전제품은 현행보다 20~30% 높은 수준으로 효율등급 기준을 상향 조정키로 했다.
◆ 내년부터 선택형 피크요금제 도입 관심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부터 전기요금 선택형 '피크요금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피크요금제'란 희망 소비자에 한해 전력피크 발생일과 시간대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부하가 낮은 일자와 시간대에 낮은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전력수요를 분산시키는 제도로 미국, 프랑스, 대만 등 외국에서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규모 산업용과 일반용 대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력피크를 줄일 수 있도록 선택형 피크요금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겨울철 전력피크의 주원인으로 지적돼 온 멀티히트펌프시스템(EHP)에 대해서는 올해 중 ESCO융자 등 혜택이 주어지는 고효율인증 대상 품목에서 제외하고 에너지소비 효율등급 대상으로 전환을 추진키로 했다.
◆ 인터넷데이터센터 인증기준도 마련 전망
이 밖에도 정부는 최근 대규모의 PC와 서버용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지적받아 온 인터넷 데이터 센터에 대한 기준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데이터 센터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시장 확장 등으로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되고 있어 이들의 전력사용 실태나 전력 효율화에 대해서도 관련 기준이 마련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데이터 센터용 주요 전산 장비에 대한 전력 효율 기준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 지경부, 한전 경영효율화 강도높게 추진키로
또한 정부가 한국전력에 대해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하기 위해 한전의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송배전과 발전 부문에 대한 효율화 등 한전의 내부적 효율 증진을 통해 매년 약 1조원 이상의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는 초전도 케이블을 도입하고 친환경·고효율 발전모델을 개발하는 등 IT 융합 스마트그리드 구축 사업을 8대 기술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 업계 "정부 시책 따를 것. 원가 상승은 부담"
10대 그룹의 기획 담당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는 적극 동참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많은 산업용 전력을 소모하는 철강업계 관계자는 "경기 회복도 쉽지않은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인상됨으로써 원가부담이 더 늘어날 것 같아 부담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정부의 시책이니 따르는 수 밖에 없다"며 "자체적으로 전기요금 절약과 에너지 소비 효율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할인유통업체 관계자는 "각 매장 운영시 비용 부담이 증가해 이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점포 별로 수익구조가 약간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요금 등 전반적인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이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