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검찰이 ELW(주식워런트증권) 불공정 거래 혐의로 증권사 CEO 12명을 기소하면서 관련 CEO는 물론 증권가 전체가 술렁거리고 있다. 사실 증권사 CEO들은 말 그대로 현재 '벼랑 끝'에 몰린 처지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소된 CEO들은 벌금형만 받아도 자리에서 퇴출돼 5년 동안 증권업계의 임원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궁지에 몰려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증권가와는 달리 다소 느긋한 입장을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금융투자협회'(금투협)다. 금투협은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한국증권협회, 자산운용협회, 한국선물협회가 통합해 출범한 단체다. 그야말로 증권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금투협은 현재 '침묵‘ 모드다. 지금 "금투협은 뭐하냐"는 볼멘소리가 증권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금투협이 복지부동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금투협도 나름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12개 증권사를 상대로 실무임원급 회의를 소집하고 증권사 측면 지원에 나섰다. 검찰에 맞서 'DMA(직접전용주문)회선의 관행성'을 제시하기 위해 관련 해외 사례와 자료 수집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금투협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 사석에서 이번 'ELW 소송 사태'과 관련해 "ELW 관련 제도나 시스템 등과 관련된 문제에는 차분하고 현명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직접전용주문(DMA)의 경우 ELW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옵션 등 기타 파생상품과도 관련된 문제"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투협의 대응은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우선 협회는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ELW 시장의 불공정 문제가 지적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협회는 검찰의 서슬퍼른 칼이 증권사를 직접 겨눈 후에야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 혹시 거래량 규모로 세계 2위 ELW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거래소와 함께 너무 일찍 샴폐인만 터트린 건 아닐까.
대응방식도 곱씹어 봐야 한다. 금투협측의 '차분하고 현명한 대응'은 그것 자체로 너무나 좋은 말이다. 하지만 업계의 단호한 목소리를 정면에서 피력해주기를 바라는 증권업계의 바람에는 2%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증권사별로 방어논리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면에 나서지 못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처지가 다른 개별 증권사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야말로 협회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애초에 증권가에 '각자의 길'만이 필요했다면, 협회 자체가 필요치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불만을 '감정적인 대응' 양식으로 치부하는 것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용'이라 할 만하다. 사태가 법정 싸움으로까지 간 마당에 감정적인 대응을 원하는 증권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거친 표현 속에 담긴 ‘단호하고 분명한 대응’을 원하는 증권업계의 '메시지'를 읽어야 하는 게 협회의 책임이지 않을까.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본격적인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검찰과 증권사의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때 소송 기간은 길어지면 3년 이상 갈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금이라도 보다 단호한 협회의 대응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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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