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영업전략차원서 업무수행중 '예외' 판례 있어
[뉴스핌=홍승훈 기자] 주식워런트증권, 즉 ELW 초단타매매자(스캘퍼)들에게 전용선 등 편의 제공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12개 증권사 대표이사(CEO)들에 대한 법정 공방이 본격화된 가운데 이번엔 수억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누가 내야하는 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적법한 행위라면 향후 문제될 게 없겠지만 만일 대표이사들에게 위법한 행위라는 최종 판결이 나올 경우 회사측이 소송비용을 부담했을때 기소된 대표이사들에게 배임, 횡령혐의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오면서다. 재판에 넘겨진 12개 증권사 대표이사들의 경우 법원에서 유죄 확정이 될 경우 10년 이하 징역이나 5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회사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 당사자가 된 경우다. 때문에 대표이사 개인이 기소된 이번 ELW 법정다툼의 경우 증권사가 아닌 대표이사 개인이 소송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지난 2006년 대법원 판례(사건번호 2004도6280)에 따르면 대표자 개인이 기소됐더라도 회사의 영업전략 차원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일어난 사안의 경우 예외적으로 회사측이 변호사 선임료 등의 소송비용을 지출할 수 있도록 명시, 증권사의 고민은 다소 덜어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선 향후 비슷한 법적 분쟁 소지가 많아질 것을 대비해 관련규정 혹은 임원 리스크보전책을 만들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기소된 12개 증권사들은 사상 초유의 집단 불구속기소 사태를 맞아 국내 굴지의 대형로펌 변호사들을 고용해 적극 대응에 나선 상태다.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HMC투자증권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법무법인 율촌을, 대신증권과 현대증권은 법무법인 세종을, LIG투자증권과 한맥투자증권은 법무법인 화우를, 유진투자증권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이트레이드증권은 법무법인 바른을 선정했다. 유일하게 KTB투자증권이 법무법인을 정하지 않은 상태지만 이 곳 또한 조만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로펌을 선정한데다 증권사 대표이사들이 직접 기소된 사건인 만큼 각 사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일단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소송비용 처리 문제도 증권사들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이번 소송관련 업계 한 변호사는 "성공보수를 감안하면 최소 수억 원의 소송비용이 들 것"이라며 "최근 소송비용 주체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각 사별로 처리하는 방식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왔다. 즉 과거 판례에 비춰볼 때 임직원 개인의 경우 소송비용을 회사가 부담하면 배임 횡령에 해당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다 각 사별로 조금씩 처한 상황이 달라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란 전언이다.
이 변호사는 "소송결과가 회사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적법한 행위라면 회사가 부담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형사사건도 아니고 회사 영업전략 차원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일이란 점에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 10월 26일 대법원 판례(사건번호 2004도6280)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의 경우에 한한다. 즉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인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에서 지출할 수 없다는 것.
다만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 이해관계가 단체에게 있거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의 당사자가 됐을 경우,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춰 단체의 이익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해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온 바 있다.
이와관련, 증권사 한 홍보실 관계자는 "소송비용 주체를 두고 논란이 있어 알아봤는데 회사에서 비용을 내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왔다"고 전해왔고,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각 사별로 대응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단 우리측은 회사차원에서 소송비용을 부담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 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임직원 리스크에 대한 내부규정 등을 따로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증권사 한 임원은 "공기업 계통의 회사들은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 개인이라도 업무수행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라면 소송비용을 회사측이 부담하는 규정이 있다고 알고 있다"며 "이번 사태처럼 CEO들이 한꺼번에 기소됐을 경우 금융회사 신용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비용대처 및 내부규정 마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해왔다.
한편 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 검찰은 ELW의 사회적 효용가치가 극히 일부 개인과 금융회사에 국한된다는 점을 들어 ELW 시장의 폐쇄쪽으로 이미 정책방향을 잡고 증권사들을 압박하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시장을 열어준뒤 제대로 관리감독을 안했던 금융당국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나고 애꿎은 증권사들만 당하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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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