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예상대로라면 석달 만에 다시 금리인상 결정을 내릴 경우 유럽 기준금리는 1.25%에서 1.50%로 높아지게 된다.
ECB 총재는 이미 지난주 유럽의회에서 물가에 대한 "강한 경각심(strong vigilance)" 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해 금리인상 관측에 힘을 실었다.
이와 관련해 6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경제가 최근 급격히 둔화되어 경제 주체들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ECB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려 한다"면서 "그리스도 문제이지만, 수출 주도 경제 붐을 경험한 독일 경제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로존의 경제 여건은 지난 4월 금리인상 때와는 판이한 상황이다.
1/4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는 연율로 3.4%나 성장했다. 하지만 ING은행의 경제분석가는 2/4분기 성장률이 1.5% 수준에 그칠 것이며, 하반기 성장률은 불과 1%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번 주 화요일 발표된 6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에 따르면 유로존의 생산 증가세는 20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고, 소매판매는 1.9% 감소해 18개월 만에 최대 감소율을 나타냈다. 특히 유럽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소매판매가 4.4%나 급감해 놀라움을 안겼다.
WSJ는 독일의 이 같은 급격한 경기 둔화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노출된 유럽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고 불렀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취약한 여건이 즐비한 상황에서 독일까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얘기다.
활황세를 보이던 독일 수출 경기도 최근에는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인데, 수요일과 목요일 연이어 발표되는 독일 5월 공장주문과 산업생산은 4월에 비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라고 BNP파리바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존 물가는 2.7% 수준으로 중앙은행의 안정 목표인 2%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쟝-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물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몇 개월 정도 시간 차이를 보이는 만큼, 연말까지 ECB는 최소한 한 차례 더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금리선물 시장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3개월물 유리보(Euribor) 선물은 이번 주 금리인상과 연말 내 1차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트리셰 총재의 기자회견은 인플레 파이팅 목소리를 높이기 힘들 것이며, 이런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리스 등에 대한 구제금융 반대 정서가 유로존 부국을 휩쓸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편 WSJ는 별도의 기사를 통해서 "에너지 및 식량 물가 상승으로 선진국 인플레 압력이 5월에는 2008년 10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어 올랐지만, 경제 여건이 아직 취약해서 미국과 영국 등은 금리인상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선진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2.9%나 뛰었다. 식량 물가가 3.9% 상승해 4월의 2.9% 상승률을 뛰어넘었고, 에너지물가는 4월에 13.8% 급등한 뒤 5월에도 14.2%나 올랐다.
문제는 이런 원자재 물가 상승을 따라 재화와 서비스 물가도 앙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5월에 식량과 에너지를 제외한 OECD 소비자물가는 1.7% 상승해 200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더구나 5월에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북미지역이었다. 캐나다 물가 상승률은 3.7%였고, 미국도 3.6%를 기록했다. 각각 4월의 3.3% 및 3.2%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