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농협 계열사인 NH투자증권 다수 고객의 매매체결에 관한 각종 정보가 대거 유출되는 사태로 또 한번 금융권 신뢰가 무너졌다. 최근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발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이다.
이같은 사고는 금융회사 뿐 아니다. 금융시장과 금융회사를 관리 감독하는 감독당국에서도 전산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이 40여분 먹통이 되는 사고가 발생, 당시 공시 및 기업정보 접근이 안된 투자자 및 시장 참가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앞서 7일 오후에는 한국거래소에서 비슷한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장마감 이후 바로 집계돼야할 코스닥 종가지수가 1시간 가량 지연되면서 짧지만 시장내 큰 혼란을 빚기도 했다. 버그(bug)발생 탓으로 돌리는게 안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만 북한의 소행(?)으로 알려진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외에는 일련의 사고들이 빠른 시간내 복구되며 후폭풍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사태가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고 신뢰로 먹고사는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것이란 데는 하나같이 공감한다.
아쉬운 점은 이들 금융기관과 당국의 서툰 대응이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대책마련보다는 일단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이 답답하다. 조직 전산 보안관리의 문제점보다는 외부 혹 몇몇 실무직원의 실수라는 핑계가 잦다.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은 사고 발발 이후 대국민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 모든 책임을 일선 직원 탓으로 돌렸다. 비상임을 이유로 본인은 책임질 것이 없다는 투의 얘기였다. 이후 이재관 IT담당 전무가 책임지고 사퇴 입장을 밝히고 옷을 벗을 때도 최 회장의 책임지는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결국 농협 사태의 피해자들의 계속된 민원과 소송에 결국 농협에 대한 국민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금감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고 당시 보도가 나가자 금감원측은 KT 탓으로 사고원인을 돌렸다. KT가 제공하는 전용 통신회선 불량으로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힌 것.
하지만 이는 KT가 반박하고 나서며 아직까지도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KT측은 이후 "조사결과 인터넷 전용회선에 문제는 없었다. 금감원 내부 장비 이상작동으로 발생한 사고로 판단된다"고 언급, 금감원의 공식발표를 반박하고 나섰다.
이번 NH투자증권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자 전산관련 직원 한 사람의 실수로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다. 계약직 직원 한명이 체결통지 프로그램내 체크해야 할 부분 하나를 실수로 빼뜨렸다고 해명했다. 유출된 고객정보와 고객 수는 어느 정도인지 줄이기에 급급하다.
대부분이 일단 사고가 나면 일단 한 개인에 책임을 돌린 뒤 넘어가고 보자는 식이다. 근본적인 조사와 이후 책임지는 자세는 보이질 않는다.
NH투자증권의 경우 물론 한 직원의 잘못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 개인의 실수가 치명적인 전산오류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짜여진 회사 전산시스템의 시스템리스크가 아닐까.
이같은 금융회사들의 안일함이 지금과 같다면 최근 일련의 IT관련 전산사고는 시작일 뿐이다. 하루 수조원에 이르는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금융시장. 잇따르는 금융회사의 IT관련 전산사고로 금융권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져만 가는 지금, 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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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