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건설업계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압박이 강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건설업계 모임인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유관기관의 언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건설 유관기관들은 건설업계 이익 대변 역할만 하느라 공익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의 대표 유관기관인 대한건설협회가 이익단체 쪽으로 편향됨으로써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업계는 건설의날 행사를 하루 앞두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건설 업계 관련 단체장 회의'를 개최하고 권도엽 신임 국토부 장관에게 부동산 시장 규제 추가 완화를 요구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대한건설협회 최삼규 회장(이화공영 대표)는 "침체된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게 건설협회가 해결할 최우선 과제"라고 모두 발언을 했다.
이어 최 회장은 6월 국회 최대 쟁점사안인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강력히 요청하는 한편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가치인정비율(LTV) 등 건설업계의 '거슬리는' 모든 주택금융 규제를 완화해 주택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 최 회장은 최저가 낙찰제에 대해서도 건설업계의 제살깎기 경쟁을 불러온다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의 발언으로 대표되는 업계의 요구사항은 업계의 처절한 반성 없이 정부 차원의 지원만 요구하고 있는 '몽니'라는 반응이다.
우선 건설업계의 '숙원 과제'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그 수혜가 건설업계 전반에 퍼지는 것이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강남 등 인기 재정비사업지구나 수혜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몇몇 대형 건설사들이 상한제 폐지에 따른 수혜를 독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주장할 때 마다 건설협회가 '명분 쌓기' 차원에서 내놨던 '분양가 자율 규제'에 대해서는 최 회장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분양가 자율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졌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그나마 전임 권홍사 건설협회장은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관련 규제 철폐를 요구할 때마다 분양가 인상 억제를 내거는 등 공익적인 명분을 갖추려고 노력했지만 최 회장이 맡은 건설협회는 소소한 명분 조차 내세우지 않고 업계의 이익 만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DTI규제 철폐 역시 건설업계가 주장은 무리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DTI규제 강화에도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의 확대폭이 커져가고 있어 자칫 부동산 거품 붕괴가 발생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이 교란될 우려가 있음에도 건설업계가 당장 위기만 넘고 보자는 식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DTI규제 철폐는 국민들에게 부동산 투기의 꿈을 심어주고, '빚지고 집을 사서 평생 은행 빚을 갚으라'는 얘기 밖에 되지 않는다"며 "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는 공익성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협회가 업계 이익 단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건설협회는 당초 '경제 6단체' 형성을 목표로 '해비타트 운동' 등 공공사업과 업계 이익 대변을 동시에 추진해왔으나 최근에는 형식적인 봉사활동도 수행하지 않는 등 공익과는 현저히 거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회원사들에게 경선없이 추대된 최삼규 현 회장이 이끄는 이화공영은 지난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순위 183위의 중소기업에 불과해 대형 건설사들이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택협회와 주택건설협회 등은 이익단체 성격이 강하지만 대한건설협회는 공익을 좀더 갖춰야하는 조직"이라며 "대한건설협회가 건설업계의 이익단체 역할만 수행하면 결국 그 위상은 스스로 갉아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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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