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물가 상승세…기대인플레 심리 차단 要
[뉴스핌=안보람기자]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초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인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공개된 직후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연속된 금리인상이 지난 2007년 7월과 8월 단 한차례 단행됐음을 감안하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소비자물가를 제외하면 금리인상을 설득할 요소도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달과 다음달 더 높아질 소비자물가를 감안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 연속인상?…MMF·가계부채 등 '찜찜'
물가만 보면 금리인상이 당연해보이지만 누구도 이를 확신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1월 금리인상보다 연속 인상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는 얘기가 들린다. 실제 연속인상은 지난 2007년 7, 8월을 제외하곤 한차례도 없었다. 연속인상을 뒷받침 할 근거도 부족하는 지적이다. 2월의 경우 영업일수가 적어 뒷받침할 경제지표들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기에 1월 금리인상의 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짧다는 점도 금리동결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달 예기치 못한 금리인상에 MMF에서 자금이 10조원 이상 빠져나가며 시장의 우려가 커진 점도 부담이다. 만약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진다면 자금인출은 불 보듯 뻔하고 우려했던 '펀드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단기자금시장의 상황이 이토록 어렵다는 것을 한은에서도 체크하고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가계부채로 인한 가계부담 증가도 간과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한은은 급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적정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금리인상에 치중하다보면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의 대규모 부실화 가능성은 낮으나, 향후 가계부채를 둘러싼 외부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화할 것에 대비해 안정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급격한 금리 인상이나 주택가격 하락이 동반될 경우 '가계파산→금융기관 부실채권 발생→ 금융기관 도산 →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11~12월 빠르게 증가하며 우려를 키웠던 주택담보대출은 새해들어 주춤한 점도 금리인상으로 가계대출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약화시키기도 한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8일 지난 1월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액이 전년동월의 1조 6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4조 9000억원 보다 3조 3000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이밖에 하락세를 지속중인 원/달러 환율도 간과하기 어려울 듯하다.
◆ 금리동결!…물가는?
문제는 소비자물가 상승세다. 이미 간과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시장참가자들이나 정책당국자들은 벌써부터 2~3월 소비자물가가 1월의 4.1% 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근원물가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기대인플레이션 심리의 차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 측에서는 '외생변수에 의한 물가상승이 국내 가격에 일정 부분 반영되는 것을 인정하겠다', '공급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의 경우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등의 발언으로 물가불안 심리를 다독이려 한다. 하지만 물가안정에 대한 책임은 결국 한은이 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금통위원은 "코스트 푸쉬(Cost Push)니 디맨드 풀(Demand Pull)이니 해가면서 걱정을 할 필요가 있니, 없니 하고 있지만 결국 돈이 풀린 만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물가는 2~3월 더 오를 것"이라며 "이미 다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예상보다)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물가에 대한 책임이 결국 한은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지도 오래다.
지난해 6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재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경제성장패턴으로 복귀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보다 2.5배나 낮은 (정책금리)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앞으로 큰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최종적인 책임은 우리 한국은행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획재정부를 들여다보니…
금리인상과 동결에 대한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동결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부는 이날 '2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구제역, 유가 등 공급부문 불안요인이 물가가 상승했다"고 강조하며 3개월 만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차단’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미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으나, 선진국의 재정건전성 악화, 신흥국의 인플레 우려, 중동 정세 불안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경기불안에 대해 우려하는 멘트를 추가하기도 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를 금리동결의 신호로 풀이하고 있다. 최근 그린북에서 확인된 실마리들이 실제 금리정책 결정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최근 물가상승의 원인을 공급 측 요인 때문으로 못 박았고, 경기에 대한 우려가 추가됐다"며 "이는 금리동결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 역시 "지난달에도 보면 금통위 전날 배포됐던 재정부의 물가정책에서 금리인상의 단서들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그럴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 이런 분위기는 실제 채권시장에 빠르게 확산되기도 했다. 이날 강세 출발한 뒤 횡보했던 3년 만기 국채선물 3월물은 재정부가 그린북을 발표한 이후 102.09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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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