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주식투자 방식을 크게 모멘텀 투자와 가치 투자로 구분한다. 모멘텀 투자란 장세가 상승세냐 하락세냐 하는 기술적 분석과 시장 심리 그리고 분위기 변화에 따라 추격매매하는 것이다.
반면 가치 투자란 기업의 자산가치, 수익가치, 성장가치 등을 분석하고, 이에 비해 가격이 낮을 때 사서 적정한 가격에 다다르면 파는 것.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등이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꼽힌다.
국내에도 여전히 소수지만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이에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인 뉴스핌(www.newspim.com)은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로 꼽히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투자 철학과 성과, 고민과 꿈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뉴스핌=황의영 기자] 2004년 10월 12일 '3년의 선택, 3배의 주가'라는 108페이지 분량의 두툼한 보고서가 증시에 제출됐다.
조선업이 단기적으로 후판 가격 인상과 환율변동으로 인해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그 이후 2007년까지 평균 주당순익 증가율이 70%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었다.
이 같이 급격한 주당순익 증가의 기저에는 '차이나 이펙트(China effect·중국 효과)에 따른 조선업 호황의 장기사이클'이 존재한다는 개념이 제기된 것.
일본의 2차 호황기 조선업 주가는 신조선가가 최고치에 달하던 90년까지 약 450%의 상승세를 기록했고, 당시 일본 조선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은 시장대비 3.8배의 프리미엄을 받았다는 내용까지 덧붙여졌다.
최우선주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지목됐다.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2만~4만원 사이 박스권에서 몇년 째 벗어나지 못하던 시기였다. 이 시점 10만원 이상으로 껑충 뛸 것이라는 상당히 도전적인 전망이 나온 것이다.
애널리스트가 현 주가의 3배 이상 높게 목표주가를 내는 일이 당시나 지금이나 흔한 일은 아니다. 사기꾼 취급 받기 딱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보고서를 낸 주인공은 1위 증권사였던 대우증권의 팀장 조용준 애널리스트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 애널리스트의 예상은 정확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3배가 아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55만원까지 10배 이상 날아가 버린 것.
"상당히 모험적이었어요. 사실 저는 당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위치였죠. 그렇지만 중국 장기사이클상 30년 만의 호황이 도래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지나고 보니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것일까.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는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의 표정은 덤덤했다.
조 센터장은 "애널리스트는 담당 산업에 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가 그런 시점이 아니었나 싶다"면서 "참고 참아서 세 배만 한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 "IMF 외환위기 때 가치투자 개념 익혀"
조 센터장은 현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가운데 유일하게 가치투자를 표방한다.
또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 등 업계를 대표하는 가치투자자들의 모임 '가치투자포럼'을 만드는 데도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1993년 신영증권에 입사, 증권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리서치센터에서 생활하며 기본기를 익히다가 2002년 대우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지난 2006년 다시 친정인 신영증권으로 돌아와 센터장을 맡았다.
그는 가치투자를 표방하게 된 배경으로 신영증권의 기업문화와 IMF 외환위기 시절의 경험을 꼽았다.
"몇몇 증권사의 리포트는 투자자의 잦은 매매를 유발시키는 경향도 없지 않아요. 하지만 신영증권은 너무 많은 거래가 발생하면 담당 직원을 호출할 정도로 자제를 권하는 문화예요"
이 같은 기업문화에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단기매매보다는 장기투자를 중요시 하는 워런 버핏식의 투자 철학이 몸에 베이게 됐다고 한다. 또 IMF 외환위기 시절까지 겪으면서 가치투자에 대한 개념이 한 단계 확장됐다는 설명이다.
조 센터장은 "IMF 당시 수많은 기업들이 부도위기를 맞아 주가가 아주 낮았다"며 "이 때 우량주로 추천한 종목이 반토막이 나는 등 개인적으로 아주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당시 한진중공업의 PER이 1배를 기록, 이론적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 "경제적 해자 있어야…중국 녹색株 유망"
가치투자를 바라보는 조 센터장의 투자원칙은 무엇일까.
그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해자(진입 장벽)'와 '장기투자'를 중요한 포인트로 꼽았다.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으면서 우량한 기업인지, 잘 알고 있는 기업인지를 꼼꼼이 따져야 한다는 것. 조 센터장은 이를 워런 버핏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워런 버핏은 IT기업을 전혀 몰라 평생 IT주식을 사지 않았습니다. 자기 재산의 절반 이상을 맡길 정도로 빌 게이츠 회장과 친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는 투자하지 않은 거죠"
IT의 특성상 1년 후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투자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반면 농심같은 기업은 다르다. 농심은 경제적 해자를 가진 데다 라면으로 사람들의 입맛까지 길들이고 있어 안정적인 이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하고 있는 분야 역시 그의 투자 철학이 묻어난다. 그는 내수 대표주와 함께 중국 관련주, 그 중에서도 녹색 우량주를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조 센터장은 "중국의 녹색산업은 성장 지속성이 높다"며 "앞으로 10년 간 중국의 내수 수혜주가 가치투자에 좋은 주식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중국의 도시화율은 47%로 선진국(약 70%)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간 중국의 도시화율을 보면 1년에 약 1%씩 증가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그는 "중국은 에너지 소비가 세계 1위일 정도로 에너지를 많이 쓰고 또한 부족한 국가"라며 "지금의 에너지 부족과 환경오염 등을 감안하면 녹색산업 시장은 메가트랜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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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여전히 소수지만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이에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인 뉴스핌(www.newspim.com)은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로 꼽히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투자 철학과 성과, 고민과 꿈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뉴스핌=황의영 기자] 2004년 10월 12일 '3년의 선택, 3배의 주가'라는 108페이지 분량의 두툼한 보고서가 증시에 제출됐다.
조선업이 단기적으로 후판 가격 인상과 환율변동으로 인해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그 이후 2007년까지 평균 주당순익 증가율이 70%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었다.
이 같이 급격한 주당순익 증가의 기저에는 '차이나 이펙트(China effect·중국 효과)에 따른 조선업 호황의 장기사이클'이 존재한다는 개념이 제기된 것.
일본의 2차 호황기 조선업 주가는 신조선가가 최고치에 달하던 90년까지 약 450%의 상승세를 기록했고, 당시 일본 조선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은 시장대비 3.8배의 프리미엄을 받았다는 내용까지 덧붙여졌다.
최우선주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지목됐다.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2만~4만원 사이 박스권에서 몇년 째 벗어나지 못하던 시기였다. 이 시점 10만원 이상으로 껑충 뛸 것이라는 상당히 도전적인 전망이 나온 것이다.
애널리스트가 현 주가의 3배 이상 높게 목표주가를 내는 일이 당시나 지금이나 흔한 일은 아니다. 사기꾼 취급 받기 딱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보고서를 낸 주인공은 1위 증권사였던 대우증권의 팀장 조용준 애널리스트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 애널리스트의 예상은 정확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3배가 아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55만원까지 10배 이상 날아가 버린 것.
"상당히 모험적이었어요. 사실 저는 당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위치였죠. 그렇지만 중국 장기사이클상 30년 만의 호황이 도래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지나고 보니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것일까.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는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의 표정은 덤덤했다.
조 센터장은 "애널리스트는 담당 산업에 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가 그런 시점이 아니었나 싶다"면서 "참고 참아서 세 배만 한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 "IMF 외환위기 때 가치투자 개념 익혀"
조 센터장은 현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가운데 유일하게 가치투자를 표방한다.
또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 등 업계를 대표하는 가치투자자들의 모임 '가치투자포럼'을 만드는 데도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1993년 신영증권에 입사, 증권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리서치센터에서 생활하며 기본기를 익히다가 2002년 대우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지난 2006년 다시 친정인 신영증권으로 돌아와 센터장을 맡았다.
그는 가치투자를 표방하게 된 배경으로 신영증권의 기업문화와 IMF 외환위기 시절의 경험을 꼽았다.
"몇몇 증권사의 리포트는 투자자의 잦은 매매를 유발시키는 경향도 없지 않아요. 하지만 신영증권은 너무 많은 거래가 발생하면 담당 직원을 호출할 정도로 자제를 권하는 문화예요"
이 같은 기업문화에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단기매매보다는 장기투자를 중요시 하는 워런 버핏식의 투자 철학이 몸에 베이게 됐다고 한다. 또 IMF 외환위기 시절까지 겪으면서 가치투자에 대한 개념이 한 단계 확장됐다는 설명이다.
조 센터장은 "IMF 당시 수많은 기업들이 부도위기를 맞아 주가가 아주 낮았다"며 "이 때 우량주로 추천한 종목이 반토막이 나는 등 개인적으로 아주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당시 한진중공업의 PER이 1배를 기록, 이론적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 "경제적 해자 있어야…중국 녹색株 유망"
가치투자를 바라보는 조 센터장의 투자원칙은 무엇일까.
그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해자(진입 장벽)'와 '장기투자'를 중요한 포인트로 꼽았다.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으면서 우량한 기업인지, 잘 알고 있는 기업인지를 꼼꼼이 따져야 한다는 것. 조 센터장은 이를 워런 버핏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워런 버핏은 IT기업을 전혀 몰라 평생 IT주식을 사지 않았습니다. 자기 재산의 절반 이상을 맡길 정도로 빌 게이츠 회장과 친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는 투자하지 않은 거죠"
IT의 특성상 1년 후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투자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반면 농심같은 기업은 다르다. 농심은 경제적 해자를 가진 데다 라면으로 사람들의 입맛까지 길들이고 있어 안정적인 이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하고 있는 분야 역시 그의 투자 철학이 묻어난다. 그는 내수 대표주와 함께 중국 관련주, 그 중에서도 녹색 우량주를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조 센터장은 "중국의 녹색산업은 성장 지속성이 높다"며 "앞으로 10년 간 중국의 내수 수혜주가 가치투자에 좋은 주식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중국의 도시화율은 47%로 선진국(약 70%)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간 중국의 도시화율을 보면 1년에 약 1%씩 증가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그는 "중국은 에너지 소비가 세계 1위일 정도로 에너지를 많이 쓰고 또한 부족한 국가"라며 "지금의 에너지 부족과 환경오염 등을 감안하면 녹색산업 시장은 메가트랜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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