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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이 지난 11일 내놓은 CJ오쇼핑에 대한 보고서 중 일부다. 제시한 적정주가가 현재주가보다 17% 낮은데도 투자의견은 '시장수익률(Markertperfom)'이다. Markertperfom 투자의견은 시장(코스피지수)이 등락하는 만큼 같이 움직일 것이니 보유하라는 의미다.
적정하다고 평가한 주가 수준보다 현재주가가 높다면 팔라는 의미의 '매도' 의견을 제시해야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이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는 “예기치 않은 기업 분할과 주식매수청구권 미발생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펀더멘털이 괜찮기 때문에 보유 의견을 냈다”고 해명했다.
매도의견을 내야하지만 곧이곧대로 내지 못하는 건 이 경우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과 같은 처지의 애널리스트인 셈이다.
그래서 증권가에서는 ‘중립’투자의견은 사실상 ‘매도’의견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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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fn가이드]
17일 FN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달(5/16~6/15)간 나온 기업분석 보고서 중 목표주가가 현재주가보다 낮은 경우는 총 11건이었다.
이중 매도(비중축소)의견을 명시한 건 KTB투자증권의 한미약품 2건(6/3, 6/7)밖에 없었다. 나머지 9건은 모두 중립 의견이었다.
지난 16일에 우리투자증권이 발표한 한국제지 보고서도 '보유(Hold)'의견이지만 목표주가(3만2000원)가 현재주가(3만4550원)보다 낮았다.
애널리스트들이 이처럼 홍길동이 돼야하는 이유는 해당 기업과 그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매도 의견을 내는 경우에 해당 기업으로부터 항의는 물론 출입을 정지당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또 해당기업 주식에 많이 투자한 기관투자자는 애널리스트 개인은 물론 그가 속한 증권사에도 유무형의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와 현재주가가 10% 범위내이기 때문에 회사 규정에 따라 중립 의견을 낸 후 곤혹을 치뤘다"며 "IT부품이나 은행, 건설 업종의 대기업들이 심한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매도 의견이 나오면 일단 해당회사에서는 분석이 틀렸다는 가정하에 단어 하나하나 꼼꼼히 꼬집는 탓에 부담스러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도 "증권사는 대부분 큰 상장사들과는 여러 관계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매도 리포트를 낼 경우 사내 다른부서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는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IT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큰 규모의 자금조달이 주로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외국계는 국내 증권사와 달리 갑의 위치에 있다”며 “외국계가 매도 의견을 낸다고 해서 탐방을 금지시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무엇이 진정 기업과 시장을 위하는 길이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