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의 증시대응전략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항복(?)과 살아남는 법 ]
극심한 패닉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도통 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주식시장을 조망해 본다.
1. 글로벌 금융위기는 언제 풀리는가?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다. 전세계 금융기관이 개점 휴업을 한 상태이며, GE와 같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글로벌 대표기업마저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금융위기는 더 악화되고 있다. 문제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자금중개’라는 본연의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시장이 실패한 것이다.
시장 실패로 인해 정부는 강도 높은 개입을 할 수 밖에 없다.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동시다발적인 금리인하가 이를 방증한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행도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하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그런데 주가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유가 뭘까?
당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동시다발적 금리인하와 정책공조에 대해 1) 자산가격 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글로벌 리플레이션 정책의 시작이며, 2) 인플레이션 유발을 통해 명목가격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의도로 판단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번 금융위기가 실물로 파급되어 궁극적으로 디플레이션 환경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정책대응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이 미온적 수준에 그치는 이유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정책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을 별개의 사안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자금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금융기관의 부실정리와 자본확충이 선행과제인데, 아직까지 이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부정적 시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정리는 구제금융이 실제 투입되는 시점에 얽힌 실타래가 풀릴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시간의 문제이다. 자본확충은 부실정리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인데, 1) 중국과 중동의 국부펀드가 금융기관 인수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2) 문제 상업은행에 대해 정부가 새로운 공적자금을 통해 국유화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시야에 들어오면 금융위기는 풀릴 것이다.
2. 실물경제 침체와 실적악화: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가?
금융위기가 풀리더라도 주식시장은 실물경제 침체라는 펀더멘탈 악재에 직면해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1) 고용위축과 소비둔화, 2) 기업 투자심리 악화, 3) 주택경기 회복 지연”이 맞물리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성장률 하향조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유로존은 더더욱 심각하다. “1) 유로화 강세에 따른 부담, 2) 통화긴축의 부정적 효과, 3) 경직적인 고용시장”으로 인해 유로존 경제는 자칫 미국 경제보다 더 악화될 여지가 있다.
우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내수는 이미 침체에 들어선 상황이며, 글로벌 수요둔화로 인해 잘 나가던 수출도 꺾이고 있다. IMF는 8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 우리 경제가 3.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평균은 4.3% 성장으로 아직도 낙관이 남아있다.
경기하강과 맞물려 실적둔화는 불가피하다. 궁금한 점은 실적둔화를 주가가 어느 정도 반영했느냐의 여부이다.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답변과 100% 반영했다는 답변 공히 현실성이 없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반영했을까?
주가는 미래이익(E), 이익성장률(G), 할인율(R)에 의해 결정된다. 미래이익과 이익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을 때 주가는 상승할 것이며, 반대로 할인율이 높을 때 주가는 하락할 것이다. 지금은 최악의 상황인데, 미래이익에 대한 눈높이는 떨어지고 할인율은 올라갔기 때문이다.
관건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느냐에 있다. 여기서 시각선회가 필요하다. 최근 할인율 상승은 앞에서 언급한 금융위기의 산물이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해소될 경우, 할인율은 순차적으로 떨어질 것이며 주가를 올리는 근거가 될 것이다. 반면 실적둔화 전망은 적정 주가를 낮추는 이유인데, 결국 주가는 이익 조정 폭과 할인율 하락 수준에 좌우될 것이다.
말하고 싶은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금융위기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주식시장은 “경기하강과 실적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것이다. 2) 실적둔화가 주가 하락요인이지만, 금융위기 완화에 따른 할인율 하락이 주가 하락을 완충할 것이다. 3) 지금 당장은 밸류에이션 수치에 관심이 없지만, 향후 시장금리가 떨어질 경우 밸류에이션 매력이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시장금리는 “경기하강+물가안정+정책금리 인하”와 맞물려 시차를 두고 하락할 전망이다.
3. 주가 전망과 대응전략은?
당사는 KOSPI 기준 1320p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시스템 리스크를 반영한 지지선으로 고려했는데, 주가는 이를 가볍게(?) 하회했다. 우리 전망이 틀렸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시장이 공황상태에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주가가 어디까지 빠지느냐가 궁금한데, 공황상태에서 주가 저점을 예상하는 것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저점에 대한 의미를 찾기도 힘들다. 우리는 현 주가는 과잉반응의 산물로 보며 금융위기가 진정될 경우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경험적으로 볼 때 이번 하락 사이클은 누군가의 항복(capitulation)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주식시장에서 얘기하는 항복은 주가 흐름에 반하는 의견을 피력하다가 막바지에 포기하며 의견을 바꾸는 것이다. 일례로 이번 하락 사이클에서 계속 강세론자로 남아 있다가 이유가 뭐든지간에 약세론자로 돌아서는 경우인데, 그 자체로 시장에 대해 항복하는 셈이다.
팔기에는 늦었다. 오히려 중장기로 보면 싼 주식이 눈에 들어온다
한편,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는 마땅한 대응전략을 찾기 힘들다. 단기에 현란하게 매매를 하면 모를까… 애매모호한 스탠스를 취했다가는 자칫 “늪 장세”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단기 대응은 가능한 줄이는 쪽이 유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매도는 어떨까? 이 또한 좋은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 너무 늦었고 사후적으로 볼 때 바닥 수준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장기로 투자 기간을 늘려서 접근한다면 값싼 주식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 하락 사이클이 아닌 차기 상승 사이클을 겨냥한다면 옥석 가리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차기 사이클을 목표로 한다면, 반도체와 자동차가 여전히 대안이다. 반도체 업종은 더 이상 악화되기 힘든 극한적인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에 “일련의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 후발업체간 인수/합병 움직임”이 중기적인 주가 반등의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환율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는 자동차업종도 하나씩 턴어라운드 조건을 채워나가고 있다. 단기 대응은 방어주를 계속 갖고 가야 할 것이다. 통신, 제약, 필수소비재가 여기에 해당하는 업종이다.
[ 항복(?)과 살아남는 법 ]
극심한 패닉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도통 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주식시장을 조망해 본다.
1. 글로벌 금융위기는 언제 풀리는가?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다. 전세계 금융기관이 개점 휴업을 한 상태이며, GE와 같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글로벌 대표기업마저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금융위기는 더 악화되고 있다. 문제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자금중개’라는 본연의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시장이 실패한 것이다.
시장 실패로 인해 정부는 강도 높은 개입을 할 수 밖에 없다.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동시다발적인 금리인하가 이를 방증한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행도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하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그런데 주가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유가 뭘까?
당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동시다발적 금리인하와 정책공조에 대해 1) 자산가격 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글로벌 리플레이션 정책의 시작이며, 2) 인플레이션 유발을 통해 명목가격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의도로 판단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번 금융위기가 실물로 파급되어 궁극적으로 디플레이션 환경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정책대응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이 미온적 수준에 그치는 이유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정책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을 별개의 사안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자금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금융기관의 부실정리와 자본확충이 선행과제인데, 아직까지 이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부정적 시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정리는 구제금융이 실제 투입되는 시점에 얽힌 실타래가 풀릴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시간의 문제이다. 자본확충은 부실정리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인데, 1) 중국과 중동의 국부펀드가 금융기관 인수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2) 문제 상업은행에 대해 정부가 새로운 공적자금을 통해 국유화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시야에 들어오면 금융위기는 풀릴 것이다.
2. 실물경제 침체와 실적악화: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가?
금융위기가 풀리더라도 주식시장은 실물경제 침체라는 펀더멘탈 악재에 직면해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1) 고용위축과 소비둔화, 2) 기업 투자심리 악화, 3) 주택경기 회복 지연”이 맞물리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성장률 하향조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유로존은 더더욱 심각하다. “1) 유로화 강세에 따른 부담, 2) 통화긴축의 부정적 효과, 3) 경직적인 고용시장”으로 인해 유로존 경제는 자칫 미국 경제보다 더 악화될 여지가 있다.
우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내수는 이미 침체에 들어선 상황이며, 글로벌 수요둔화로 인해 잘 나가던 수출도 꺾이고 있다. IMF는 8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 우리 경제가 3.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평균은 4.3% 성장으로 아직도 낙관이 남아있다.
경기하강과 맞물려 실적둔화는 불가피하다. 궁금한 점은 실적둔화를 주가가 어느 정도 반영했느냐의 여부이다.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답변과 100% 반영했다는 답변 공히 현실성이 없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반영했을까?
주가는 미래이익(E), 이익성장률(G), 할인율(R)에 의해 결정된다. 미래이익과 이익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을 때 주가는 상승할 것이며, 반대로 할인율이 높을 때 주가는 하락할 것이다. 지금은 최악의 상황인데, 미래이익에 대한 눈높이는 떨어지고 할인율은 올라갔기 때문이다.
관건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느냐에 있다. 여기서 시각선회가 필요하다. 최근 할인율 상승은 앞에서 언급한 금융위기의 산물이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해소될 경우, 할인율은 순차적으로 떨어질 것이며 주가를 올리는 근거가 될 것이다. 반면 실적둔화 전망은 적정 주가를 낮추는 이유인데, 결국 주가는 이익 조정 폭과 할인율 하락 수준에 좌우될 것이다.
말하고 싶은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금융위기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주식시장은 “경기하강과 실적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것이다. 2) 실적둔화가 주가 하락요인이지만, 금융위기 완화에 따른 할인율 하락이 주가 하락을 완충할 것이다. 3) 지금 당장은 밸류에이션 수치에 관심이 없지만, 향후 시장금리가 떨어질 경우 밸류에이션 매력이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시장금리는 “경기하강+물가안정+정책금리 인하”와 맞물려 시차를 두고 하락할 전망이다.
3. 주가 전망과 대응전략은?
당사는 KOSPI 기준 1320p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시스템 리스크를 반영한 지지선으로 고려했는데, 주가는 이를 가볍게(?) 하회했다. 우리 전망이 틀렸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시장이 공황상태에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주가가 어디까지 빠지느냐가 궁금한데, 공황상태에서 주가 저점을 예상하는 것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저점에 대한 의미를 찾기도 힘들다. 우리는 현 주가는 과잉반응의 산물로 보며 금융위기가 진정될 경우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경험적으로 볼 때 이번 하락 사이클은 누군가의 항복(capitulation)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주식시장에서 얘기하는 항복은 주가 흐름에 반하는 의견을 피력하다가 막바지에 포기하며 의견을 바꾸는 것이다. 일례로 이번 하락 사이클에서 계속 강세론자로 남아 있다가 이유가 뭐든지간에 약세론자로 돌아서는 경우인데, 그 자체로 시장에 대해 항복하는 셈이다.
팔기에는 늦었다. 오히려 중장기로 보면 싼 주식이 눈에 들어온다
한편,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는 마땅한 대응전략을 찾기 힘들다. 단기에 현란하게 매매를 하면 모를까… 애매모호한 스탠스를 취했다가는 자칫 “늪 장세”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단기 대응은 가능한 줄이는 쪽이 유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매도는 어떨까? 이 또한 좋은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 너무 늦었고 사후적으로 볼 때 바닥 수준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장기로 투자 기간을 늘려서 접근한다면 값싼 주식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 하락 사이클이 아닌 차기 상승 사이클을 겨냥한다면 옥석 가리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차기 사이클을 목표로 한다면, 반도체와 자동차가 여전히 대안이다. 반도체 업종은 더 이상 악화되기 힘든 극한적인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에 “일련의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 후발업체간 인수/합병 움직임”이 중기적인 주가 반등의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환율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는 자동차업종도 하나씩 턴어라운드 조건을 채워나가고 있다. 단기 대응은 방어주를 계속 갖고 가야 할 것이다. 통신, 제약, 필수소비재가 여기에 해당하는 업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