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당국이 원화 강세가 과도하다고 선언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의 급격한 강세가 종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WAWJ)이 7일자 분석기사(HEARD IN ASIA "Won bulls see Korean currency as a proxy for Asia's growth")로 보도했다.이들은 엔화 약세와 중국의 환율통제로 인해 사실 한국 원화는 아시아 경제의 급격한 성장세를 상징하는 대리지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회담이 개시된 시점에서 한국 외환당국도 외환시장에 대해 느슨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또한 신문은 한국 수출기업들이 원화 강세가 부담이지만, 모두 그런 것도 아니며 상당한 정도 헤지를 통해 부담을 덜어낸 상태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엔 약세, 中 환율통제 속 한국 원화가 아시아 성장의 대리지표 역할 해지난 해 9월말 이래 한국 원화는 美 달러 대비 8.4%, 엔화 대비로는 무려 13.3%나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이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원화 강세가 그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랠리가 종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AWSJ는 전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 당국이 위앤화 환율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의 급격한 경제성장세를 반영하는 유일한 통화강세의 '대리지표'가 원화 환율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신문에 따르면, 진 캘로우(Sean Callow) 웨스트팩 인스티튜터널 뱅크( Westpac Institutional Bank) 선임외환전략가는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어느 시점에서는 랠리가 끝날 것이라고 보던 사람들도 이를 포기하고 대세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그는 이전까지 다소 회의적이던 유럽 연기금펀드 계열의 외환투자자들도 이제는 원화가 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며, 자신들은 향후 수 개월 동안 달러/원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목표치를 967원으로 하향수정했다고 밝혔다.한편 AWSJ는 외환전략가들이 주식 투자자들 또한 원화 롱 포지션을 거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해 한국 종합주가지수는 50% 이상 폭등했으며, 달러 대비 원화 강세 덕분에 미국계 주식투자자들은 더욱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한국시장에 중점을 둔 몇몇 펀드를 운용 중인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International Investment Advisers) 대표 헨리 세저먼(Henry Seggerman)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우리 투자수익도 올라가게 된다"며, "주식시장이 횡보장세를 보인다고 해도 달러화 기준으로 보면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외환당국의 느슨한 태도에 주목해야신문은 또 다수 투자자들 및 전략가들이 보이던 원화 강세에 대한 부담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당국자들이 원화 강세는 수출에 부담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달러 약세를 막기 위한 대규모 개입과 같은 공격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한편 한국과 미국은 지난 주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개시했으며, 이것은 무역장역을 제거하여 한국경제에 또다른 부양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원화 강세부담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더 늘릴 수만 있다면 한국 기업들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사이먼 플린트(Simon Flint) 메릴린치 소속 신흥시장 전략가는 사실 이번 회담의 성사에 대한 기대감도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대한 자유방임적 태도를 견지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그는 아시아 국가들 일부는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 약세를 유지하는 정책을 구사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며, 따라서 한국은 이번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신들이 시장을 통제함으로써 부담을 주지 않는 금융허브로 비쳐지기를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재경부가 지난 주말 제출한 보고서에서 원화가 좀 더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해외에서의 원화거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태도를 밝힌 점도 시사적이라고 소개됐다.플린트 전략가는 한국은행의 느슨한 태도를 감안할 때 원화 환율이 당분간 좀 더 큰 변동장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원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이거나 혹은 그 반대로 급격히 약세를 보일 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옵션 포지션을 갖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한국 수출기업, 원화 강세 부담 크지 않아한편 AWSJ는 원화 강세는 일부 수출기업들에게 부담이지만, 이것 때문에 기업수익 전반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IIA의 세저먼은 한국기업들이 원화 강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만큼 시장을 다원화한 상태라고 분석했다.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원화 강세로 인해 수혜가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고 신문은 지적한다. 펀드매니저들은 내수에 의존도가 높은 한미제약이나 원화 강세로 인해 유가상승 부담이 줄어든 S-오일이 좋아 보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특히 신문은 한국의 GDP가 1조달러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세계 12위권 경제이며 동시에 세계 5위 석유수입국이란 점을 강조했다.다만 자동차, 선박 그리고 소비가전을 수출하는 업체들의 경우 원화 강세에 좀 더 취약한 입지에 있다. 지난 1월 수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었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은 일부 수출업체들은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환 리스크를 헤지하고있으며, 다른 업체들 역시 그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한편 일본 기업들은 대미 수출에서 주된 경쟁자로 원화 강세에 큰 영향을 미쳐왔으며, 이 때문에 엔화에 호재는 원화에도 호재였고 그 반대도 성립해왔지만, 최근에는 이런 관계가 역전되고 있어 주목된다.웨스트팩의 캘로우 전략가는 이런 최근의 양상은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투자, 특히 美 재무증권 투자를 늘리고 있는 반면 한국 투자자들은 국내주식을 매수하는 반대양상을 보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여전히 한국 기업들의 수익전망을 낙관하고 있는 일부 전략가들은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1997년 이전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는 중이다.한 전략가는 "사람들은 한국기업들이 이전에도 이와 같은 원화 강세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잊어 버리고 있다"며, 과거에는 막대한 부채와 미미한 수익마진 그리고 비대하고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를 줄줄이 거느리던 한국기업들의 모양새가 훨씬 좋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AWSJ는 전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