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당국이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해 대규모 실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이는 최근 연준리 금리인상 주기가 개시됨에 따라 美 달러화 향배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다우존스 뉴스는 6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최근 외국계 대형은행들이 연말 달러/원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외환당국이 대규모 시장개입 자금 마련 소식을 내놓은 것은 원화가 강세를 나타낼 것이란 투기적 기대심리를 아예 근저에서부터 제거하기 위한 일종의 ‘심리게임’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원화 강세 전망을 근저에서부터 억제하는 심리전지난 주 재경부는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발행 한도를 11조원 증액하는 내용의 안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7조8,000억원 배정된 개입자금이 7월이면 거의 바닥이 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재정경제부 최중경 국제금융국장은 “이렇게 큰 폭으로 발행한도를 증액하는 것은 충분한 정도의 개입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한도까지 모두 소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한편 통신은 당국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최근 외국계 대형은행들이 원화 강세 전망을 다소 수정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까지 원화 강세는 침체됐던 한국경제의 개선이 아니라 주로 日 엔화 강세의 영향이 컸다고 통신은 지적했다.사실 수출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회복추세 때문에 원화 강세는 곧바로 ‘수출경쟁력 약화’를 통한 경기회복 억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최중경 국장은 “외환정책 기조를 이전대로 유지할 것이며,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않는 투기적 흐름에 대처하기 위해 개입자금을 모두 쏟아 부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사실 지난 해 재경부는 외환시장 개입한도를 두 번이나 늘려 3조8,000억원에서 12조8,000억원으로 증액했다. 그리고 이 한도 마지막까지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한 달러매수 자금으로 사용했다.올해 들어 7월말까지 외환당국은 약 7조원의 개입자금을 투입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재경부의 한도증액 안건이 의회의 동의를 얻을 경우 외환당국은 연말까지 남은 5개월 동안 매월 2조원 이상에 달하는 개입자금을 추가 확보하게 된다. 국내 은행의 한 딜러는 “이것은 일종의 심리게임”이라며 “당국이 개입에 한계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장참가자들을 겁주기 위한 조치”라고 언급했다고 다우존스는 전했다. 한도 증액을 통한 올해 외환당국의 개입자금 규모는 한국 GDP의 2.8%라는 엄청난 규모다.◆ 외국계 대형은행, 달러/원 전망치 상향 조정 중최근까지도 대형 외국계은행들은 달러/원이 지난 4년간 개입을 통해 유지되어 온 1,140원~1,150원 레인지를 하향돌파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들이 연초에 제시했던 달러 약세 전망은 다소 누그러지고 있는 중이다.대표적으로 시티은행(Citibank)은 달러/원 6개월 전망치를 1,120원에서 1,135원으로 상향 수정했고, J.P.모건도 전망치를 1,108원에서 1,120원으로 올려 잡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1,100원에서 1,120원으로 달러/원 전망치를 조정했다.이런 변화는 한국 정부가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한국 경제여건이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다우존스는 지적했다.통신은 수출은 계속 호황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신용카드 대란 이후 내수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5월 소매 및 도매판매액은 전년대비 2.2% 감소, 1월 이후 최악의 상황을 나타냈다.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강화되는 등 한국 외환당국이 이전과 같이 공격적인 방식으로 달러 매수 개입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경부는 굳건한 개입의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다우존스는 지적했다.BOA의 사이먼 플린트(Simon Flint) 외환전략가는 “인플레 압력 때문에 재경부는 원화 강세를 통해 비용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고 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그러나 최중경 국장은 “외환정책을 통해 비용 인플레 압력을 완화하리라는 생각은 위험천만한 것”이라며 인플레 우려가 외환정책 기조를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실제로 최근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공공요금 인상 연기 및 이동통신요금 인하 등을 통해 인플레 압력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만약 지금도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의지에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국정부가 내년에 28조원이 넘는 개입한도로 올해보다 49% 추가 증액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다우존스는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취재본부]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https://img.newspim.com/news/2020/10/12/2010121005477870_t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