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라스푸틴' <사진=영화 '라스푸틴' 포스터> |
[뉴스핌=정상호 기자] 인터폴 적색수배 리스트에 올랐던 정유라가 덴마크에서 체포된 뒤, 외신들이 뽑은 제목에 라스푸틴이 등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정유라의 덴마크 체포 상황을 다룬 기사 제목에 '라스푸틴'을 넣었다. 뉴욕타임스뿐 아니라 CNN 등 외신들은 지난해 10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여러 번 라스푸틴을 인용한 바 있다.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 몰락 직전 황실을 쥐락펴락한 인물이다. 황제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의 신임을 얻은 그는 인사권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사실상 실세로 군림한 점에서 최순실의 부친인 고 최태민 목사와 비교되곤 한다.
시베리아 농민 출신으로 수도원을 전전하는 라스푸틴은 최면술을 이용하는 신흥종교를 창설했다. 1904년 페테르부르크의 귀부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그는 황후 알렉산드라까지 사로잡으며 실권을 잡기에 이르렀다.
요승으로 불린 라스푸틴은 죽음도 기이했다. 그의 전횡을 보다 못해 암살을 모의한 자가 있었는데 황제의 조카 이리나 공주의 남편 유스포프 공과 '검은 100인조'의 창설자 푸리슈케비치다. 이들은 라스푸틴이 이리나 공주에게 빠진 것을 이용해 암살을 모의했다.
이들의 계략에 걸려 독이 든 과자를 먹은 라스푸틴은 독이 퍼진 와중에도 유스포프에게 집시 노래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몇 시간이나 라스푸틴이 죽지 않자 유스포프가 권총을 꺼내 발포했다. 암살 공모자들은 쓰러진 라스푸틴의 양손을 묶고 얼음을 깬 뒤 강물 속으로 던져 넣었다. 라스푸틴의 시체는 사흘 뒤에 떠올랐다.
라스푸틴은 전부터 '한국의 라스푸틴'이라는 식으로 외국 정보기관 등에서 인용돼 왔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에 보낸 비밀 보고서에도 최태민 목사를 '한국의 라스푸틴'이라고 묘사했다.
한편 라스푸틴은 사후 다양한 책이나 영화 등으로 소개됐다. 2013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동명 영화가 유명하다. 쓴 맥주를 좋아하는 스타우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올드 라스푸틴'이라는 미국 맥주가 유명하다.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 (uma8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