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작가 홍승혜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 '이동 중'을 24일 개막했다.
- 영상작품 9점과 음악 작업을 중심으로 '움직임'과 '유기적 기하학'을 탐구한다.
- 기하학적 이미지의 움직임을 평면과 입체, 애니메이션으로 다층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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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부산서 '이동 중(On the Move)' 개막
9점의 영상 작품과 평면, 입체, 설치 출품
[부산=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작가 홍승혜가 말한다. "젊었을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했다. 움직임이 있고 음악이 있어서다. 오늘도 나는 노래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움직인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무엇보다도 '유기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픽셀의 작가' 홍승혜가 이번에는 '움직임'에 집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는 부산점에서 지난 4월 24일 홍승혜의 개인전 '이동 중(On the Move)'을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3년 서울점에서의 개인전 이후 3년 만의 개인전이자, 부산점에서는 처음으로 갖는 개인전이다.
오는 6월 14일까지 열리는 작품전에 홍승혜는 영상작품과 음악 작업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영상작품은 9점이나 된다. 작가는 오랫동안 천착해온 개념인 '이동성'에 주목한 다양한 시기 작업들을 한 공간에 구성해 재맥락화했다. 이에따라 이번 전시는 그간 홍승혜가 어떤 창작에 몰두했고,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필 수 있는 자리다.
홍승혜의 움직임이 살아있는 간결하고도 상냥한 작품들은 감상자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매만진다. 뺨을 따스하게 스치는 봄날의 바람처럼 영상과 부조, 조각, 그리고 음악과 조명작업은 관람객을 무장해제시키며 방긋 웃게 만든다. 작품은 감각적이되 과하지 않고, 상큼하면서도 진지한 페이소스가 담겨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디지털 세계로 진입한 이후 전개해온 기하학적 이미지의 움직임에 관한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픽셀로 형상을 만들고, 배치하던 작가가 움직임에 주목하며 '유기적 기하학'에 집중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홍승혜는 "삶에서도 그렇듯 작업에서도 정돈된 부분과 정돈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나는 두가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후자에 좀더 끌리는 모양이다. 그것은 '움직임' 때문이다. 마치 살랑살랑 움직이는 낙엽같아서 좋다. 그래서 나온 게 유기적 기하학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움직임을 키워드로 하는데 '움직임의 느낌을 주는 평면작업'과 '움직임이 구동되는 영상',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입체작업'으로 나워진다. 여기에 작가가 직접 만든 음악과 사운드가 전시장 곳곳에서 크기와 톤을 달리하며 구동된다. 작가는 "음악적 질서는 나의 조형적 질서에 큰 영향을 준다. 음악의 리듬 음색 볼륨 크기 톤은 미술과 공유하는 요소"라고 했다.
전시에서는 작가가 꾸준히 탐구하고 제작한 영상작업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인기만화 '피너츠(Peanuts)' 속 캐릭터 스누피는 단순한 도형으로 구성돼 푸른 화면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스누피의 우주여행을 상상하며 만든 '우주로 간 스누피'(92019)다. 디지털시대 사람들의 소통수단인 이모티콘에서 착안해 인간의 희노애락 감정을 간결한 도형언어로 풀어낸 '표정연습'(2025)도 흥미롭다.

병아리색 노란 바탕에 작은 동그라미, 크고 작은 선들이 흩어졌다가 모였다 하며 웃는 표정, 찡그린 표정, 눈물 흘리는 표정 등으로 변화하는 4분16초 길이의 영상작업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상 만나는 '스마일' 이모티콘이 작가의 작업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변주되면서 나 자신의 삶과 맞닥뜨려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빛의 변화에 따라 정지된 조각의 분위기와 감각을 전환시키는 장치로 기능하는 '불빛'(2021), 감상자에게 '함께 움직이세요'라고 손을 내미는 듯한 '움직이세요'(2022)도 전시장 곳곳에 설치됐다. 또 지난 2023년 국제갤러리 서울 전시 '복선(伏線)을 넘어서 II(Over the Layers II)'에서 무도회 분위기를 연출했던 귀여운 도형의 영상작업 '서치라이트'(2023)는 입체작품인 '백 스툴'(2023)과 '원형 스툴'(2023) 위를 빙글빙글 비춘다. 이들 영상 작업은 시각 요소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움직임과 리듬, 반복을 통해 이미지의 의미와 기능을 변주하며 삶과 예술의 경계를 즐겁게 무너뜨린다.

서사와 특수효과를 거르고 걸러 최소화한 홍승혜의 영상은 간결한 도형들이 느린 호흡으로 움직인다. 모든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꼭 필요한 부호와 면과 선, 리듬만 남긴 절제된 작품임에도 관람자에게 깊은 정서적 울림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홍승혜 작품의 차별점이다. 이러한 특성은 화면 속 시각적 이미지의 움직임을 '음표를 통통통 배열하듯 공간에 맞는 형식을 구축하는' 작가의 방법론과도 맞닿아 있다. 넓은 스크린이라는 공간 속에 슬며시 녹아든 음악적 구조와 리듬의 역할은 언어나 기호를 넘어 사람들의 감정을 매만질 수 있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지니게 된다.

홍승혜의 기하학적 이미지의 움직임은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이같은 영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니터 속의 이미지는 평면 작업을 넘어 가구, 설치 등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되며 입체작업 전반에 투영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환영적 움직임이 느껴지는 작가의 대표적 평면작품 '유기적 기하학(2014)과 가변적 릴리프 조각 '액자형 부조'(2026)도 출품됐다.
이렇듯 전시는 서로 다른 시기의 작업을 매체와 형식, 그리고 방법론을 가로질러 병치함으로써 홍승혜의 작업에서 지속되어온 '움직임'의 개념을 다층적으로 드러내며 '이동'의 의미까지 획득한다. '유기적 기하학' 속 정지된 이미지에서 나타나는 이동성에 대한 형식적 실험은 영상 작품과 같은 공간에 놓임으로써,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이미지, 움직임, 그리고 이동성이라는 요소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확장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액자형 부조'에 도입된 가변적 요소는 고정된 조형을 넘어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며, 프레임을 넘어 물리적 공간과 신체의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영상 작업을 중심으로 한 이번 전시는 평면과 입체로,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넘나들면서 그동안 작가의 작업세계를 견인해온 움직임의 개념 및 방법론의 변천사를 드러낸다. 특히 디지털 환경 속 움직이는 이미지에 익숙하다 못해 당연해진 오늘날의 관람객에게 지금으로부터 무려 30여 년 전 컴퓨터 화면 안에서 도형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바로 그 첫 순간에 느꼈을 작가의 뛸듯한 희열, 그리고 이어진 모니터 안팎을 넘나들어온 오랜 여정을 환기시킨다. 이로써 작가 홍승혜는 여전히, 그리고 오늘도 계속해서 예술 안에서 신명나게 '이동 중'임을 보여주고 있다.
▲홍승혜 작가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홍승혜(b. 1959)는 1982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1986년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97년 사각 픽셀의 구축으로 시작된 작업은 최근 벡터문법을 도입하면서 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이미지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평면과 입체, 애니메이션, 가구, 건축적 요소를 아우르며 역동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복선(伏線)을 넘어서 II'(국제갤러리, 2023), 'IMA Picks 2021: 무대에 관하여'(일민미술관, 2021), '점·선·면'(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6), '회상'(국제갤러리, 2014), '광장사각(廣場四角)'(아뜰리에 에르메스, 2012), '음악의 헌정'(Gallery2, 2009), 'On & Off'(조선일보 갤러리, 2008) 'The Painter's Architecture, The Painter's Furniture'(스페이스 제로원, 뉴욕, 2025)등이 있다.
이 밖에 광주, 부산, 서울 미디어시티, 창원조각비엔날레 등 국내 주요 비엔날레를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송은, 롯데뮤지엄, 이탈리아 볼로냐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한국문화원 등 다수의 국내외 기관 전시에 참여하였다. 1993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현장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다.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롯데뮤지엄, 송은, 성곡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등에 소장되어 있다.
art2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