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한국의 ODA 예산이 2026년 5조3600억원으로 감소하며 국제 기준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 개도국 개발 수요 증가로 재정 지출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해지면서 민간자본 동원이 시급하다.
- 정부가 위험을 분담하는 개발금융기관 설립으로 투자 기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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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I 통해 원조→투자 패러다임 이동…글로벌 표준 변화
ODA만으론 한계…민간자본 끌어오는 구조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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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공적개발원조(ODA) 중심으로 짜인 한국의 개발협력 전략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개도국의 개발 재원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반면, 재정에 의존한 기존 방식으로는 이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특히 한국은 ODA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왔음에도 여전히 국제 기준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예산 확대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자본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이는 '한국형 개발금융기관(DFI)' 구축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정부가 일정 부분 위험을 분담하고 보증·출자 등 금융수단을 활용해 민간 투자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처럼 DFI를 적극 활용해 개발협력의 틀을 '재정 지출'에서 '투자 기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 선진국 '보증·출자·펀드'…한국은 '공동대출' 그쳐
지난 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지속가능한 중장기 개발재원 규모 확대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ODA 예산은 ▲2021년 3조7500억원 ▲2024년 6조2600억원 ▲2025년 6조5000억원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2026년에는 약 5조36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며 전년 대비 17.5%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전년 대비 21.3%와 31.1% 급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증가세가 뚜렷이 둔화되는 흐름이다.
양적인 확대에도 국제 기준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통계 기준 한국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중은 0.21%로, DAC 평균(0.33%)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개도국의 개발 수요가 빠르게 불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재정 지출만으로는 수요·공급 간 격차를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미 공적 재원만으로는 개발 재원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민간 자본을 끌어오는 방향으로 전략을 옮기고 있다. OECD DAC는 혼합금융(blended finance) 제도를 통해 공적 자금을 마중물로 투입해 민간 재원을 동원하는 틀을 정착시켰다.
KIEP가 정리한 DAC 통계에 따르면, DAC 회원국의 공적 재원을 통해 2012년 이후 누적 동원된 민간재원은 500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다만 이 자금 흐름은 중소득국과 경제 인프라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고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쏠리는 경향이 뚜렷해, 최빈개도국·사회분야 등 고위험 영역에는 여전히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금융수단에서도 국가별 격차가 크다. DAC 회원국 상당수는 보증과 지분투자, 집합투자기구(CIV) 투자, 신용공여 등 다양한 금융수단을 조합해 민간 금융기관과 기관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일본은 보증, 영국은 출자, 독일은 CIV 투자, 프랑스는 신용공여 방식이 각국의 민간재원 동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한국은 국제금융기관과의 동일 조건 단순 공동 자금조달(대출·투자)에 주로 의존해, 민간 투자자의 위험 인식을 실질적으로 낮춰주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게 KIEP의 진단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민간부문수단(PSI) ODA 규모는 경제개발협력기금(EDPF)을 통한 약 1300만달러 보고가 유일하며, DAC 회원국 양자 ODA 대비 PSI ODA 비중 평균(2.6%)에 비해 활용이 미미한 단계에 머물고 있다.

◆ "원조에서 투자로"…한국형 개발금융 체계 시급
개도국 투자가 '위험해서 안 된다'는 통념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KIEP가 인용한 '글로벌 신용위험 비교 연구'에 따르면, 신흥국 민간기업 대출의 연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은 선진국 비투자등급(하이일드) 기업 대출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는 개도국 투자가 본질적으로 과도하게 위험하다기보다 정보 비대칭과 담보·법제도 미비, 환리스크 헤지 수단 부족 등 구조적 제약이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DFI는 바로 이 지점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일정 부분 위험을 분담하면서, 보증·후순위 출자·장기 자금 공급 등으로 민간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미 주요 공여국들은 DFI를 개발협력의 핵심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 BII ▲독일 DEG ▲네덜란드 FMO ▲프랑스 Proparco ▲미국 DFC ▲캐나다 FinDev 등은 모두 정부 출자를 기반으로 신용도를 확보한 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 수익을 다시 재투자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는 ODA와 달리, 자금을 '운용하고 불리는' 구조로 개발재원을 확장하는 셈이다.

다만 2024년 실적을 보면 기관별로 차이가 있다. 영국 BII는 연 3.3%의 수익률을 유지하며 17억5000만파운드를 신규 투자했고, 미국 DFC는 121억달러라는 대규모 투자에도 순운영비용 기준으로 2억4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DFI에서 대출 상품이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해 지분투자보다 안전한 방식을 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KIEP는 한국도 ODA 중심의 재정 모델에서 벗어나 금융 중심의 개발협력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구체적으로는 독립된 개발금융기관(DFI)을 설립하거나, 기존 수출입은행·EDPF 등 기관의 개발금융 기능을 대폭 강화해 '한국형 DFI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런 전략 전환은 금융수단의 다변화와 투자 분야의 재편을 동시에 요구한다. KIEP는 보증과 출자, CIV 투자, 신용공여 등 PSI을 본격 도입·확대하고 민간과의 공동투자 생태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일부 손실을 우선 부담하는 후순위 구조와 프로젝트 단계별로 위험을 분리하는 구조화 금융 등을 통해 민간 금융기관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를 줄여주는 장치가 핵심이다.
투자 대상도 변화가 요구된다. 기존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센터·통신망 등 디지털 인프라와 산업·금융 부문, 중소기업 금융, 기후·그린 전환 프로젝트 등 민간부문과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영역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협력이 '원조'에서 '투자'로, '재정 지출'에서 민간 자본과의 '위험·수익 공유' 구조로 옮겨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 한 줄 요약
ODA 중심의 재정 모델이 국제 기준과 개발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국도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개발금융 체계로 전략 전환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