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 규제·코로나19·전쟁 후 위험 누적
수입 품목 4분의 1, 매달 '신규 위험' 신호
"사후 대응 아닌 조기경보 기반 관리 필요"
* [AI로 읽는 경제]는 AI 어시스턴트가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자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ChatGPT AI 모델이 적용됐습니다. 상단의 'AI MY 뉴스' 로그인을 통해 뉴스핌의 차세대 AI 콘텐츠 서비스를 활용해 보기 바랍니다.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의 수입 공급망이 일시적인 충격을 넘어 구조적으로 상시 위험 상태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반복적인 외부 충격을 거치며 공급망 위험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고 누적되면서, 이제는 상당수 품목이 상시적으로 위험 신호를 나타내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공급망 정책도 '위기 대응'에서 '위험 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망 위험이 특정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상태로 자리 잡은 만큼, 취약 품목을 조기에 식별하고 공급선 다변화·전략 비축·기술 대체 등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 "평균 안정성은 착시"…공급망 위험, 충격 뒤에도 누적
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보이지 않는 공급망 위기: 한국 공급망의 착시와 조기경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수입 공급망은 위험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반복적인 외부 충격을 거치면서 공급망 위험이 일시적으로 급등한 뒤에도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낮아지지 않고 누적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평균적인 무역 지표만 보면 공급망이 안정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위험이 내부적으로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공급선을 유지하거나 재고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단기 충격을 흡수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수입 규모나 평균 가격 지표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단순한 평균 지표나 특정 국가 의존도만으로는 공급망 안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보고서는 공급망 위험을 단순히 특정 국가 의존도 문제로 보는 기존 접근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이라도 공급선이 제한적이거나 시장 구조가 경직돼 있을 경우, 외부 충격이 발생하는 순간 수입 변동성이나 가격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공급망이 빠르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급망 위험은 평상시에는 기업의 미시적 대응에 의해 일정 부분 흡수되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다가, 지정학적 갈등이나 수출 통제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하는 순간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표면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을 '평균 안정성의 착시'라고 설명했다. 평균 지표가 안정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공급망 자체가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실제로는 위험이 일정 기간 축적된 뒤 특정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가시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또 공급망 위험은 단순히 충격이 발생한 순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충격 이후에도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며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공급망은 위기 이후 다시 이전 상태로 회복되지 않고 반복적인 충격을 거치면서 위험 수준 자체가 점차 높아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IEP는 "공급망 위험은 점진적 상승보다 일정 기간 축적 후 특정 계기를 통해 급격히 가시화된다. 평균 안정성이 곧 공급망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공급망 위험의 크기와 지속성은 기존에 축적된 구조적 취약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 경보 품목 20%→40%…공급망 위험 '계단식 상승' 흐름
실제 데이터를 보면 한국 공급망 위험의 구조적 상승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KIEP 분석에 따르면 수입 품목 가운데 '경보' 상태에 해당하는 비중은 2018년 약 15~20% 수준에서 출발했다. 당시에는 일부 품목에서 위험 신호가 나타나더라도 전체 공급망 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로 평가됐다. 일부 월에는 경보 비중이 10%대 중반까지 내려가기도 하면서 공급망 위험이 관리 가능한 범위에 머물렀던 시기로 분석된다.
그러나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발생한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당시 일본의 수출 통제가 시작되자 경보 품목 비중은 단기간에 30%를 넘어섰고, 일부 시점에서는 50%에 가까운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후 일정 부분 안정되기는 했지만, 위험 수준은 이전의 20%대 구간으로 돌아가지 않고 30% 안팎의 새로운 기준선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2020~2021년에는 글로벌 물류 차질과 생산 중단 등이 겹치면서 공급망 교란이 더욱 확대됐다. 이 기간 경보 비중은 30~40% 구간에서 등락을 반복했으며, 일부 시점에서는 다시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 시기를 공급망 위험이 구조적으로 고착되기 시작한 단계로 평가했다.
이어 러-우 전쟁과 에너지·원자재 공급 불안, 미중 기술 경쟁 심화 등 지정학적 긴장이 확대된 2022년 이후에는 경보 비중이 다시 상승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35~45%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일부 시점에서는 45~50%에 근접하는 구간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관해 보고서는 공급망 위험이 충격 이후 다시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계단식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위험이 급등한 뒤 일부 조정이 이뤄지지만,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으면서 전체 위험 수준이 점차 높아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을 종합하면 현재 한국의 수입 공급망에서는 수입 품목 3~4개 가운데 1개가 상시 경보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공급망 위험이 특정 사건에서만 나타나는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구조적 상태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공급망 위험이 지속적으로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분석에서 확인됐다. KIEP가 2025년 12월 기준으로 약 9200개 HS10 수입 품목을 분석한 결과, ▲신규 경보 진입 품목 1745개(18.9%) ▲위험도 급등 품목 2391개(25.9%) ▲고위험군 신규 편입 품목 1630개(17.6%)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매달 전체 수입 품목의 약 20~25%에서 새로운 위험 신호가 나타나거나 기존 위험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특히 공급망 위험이 '신규 경보 진입'에서 '위험도 급등'으로, 이어 '고위험군 편입' 등으로 단계적 경로를 통해 확대되는 경향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품목은 일정 기간 이후 안정화되기도 하지만, 공급선이 제한적이거나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경우 위험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공급망 전체의 취약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韓 '제조업 핵심'에 위험 집중…'병목 공급망' 현실 지적
공급망 위험은 모든 산업에 균등하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산업군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한국 제조업의 핵심 산업 분야에서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위험 품목은 주로 ▲기계·장비 ▲전기전자 ▲화학 소재 ▲정밀기기 등 전략 제조업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이들 산업은 반도체·배터리·첨단 제조장비 등 고부가가치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특정 핵심 소재나 부품 공급이 흔들릴 경우 산업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특징을 갖는다.
일부 산업군에서는 특정 시점에 해당 산업군에 속한 품목들이 동시에 경보 상태에 진입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공급망 위험이 단일 품목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공급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별 품목의 수급 문제가 아니라, 산업 단위의 구조적 취약성이 위험을 확대시키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약 30% 산업군에서는 특정 핵심 품목 하나가 해당 산업군 전체 위험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차 산업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생산 차질로 이어졌던 사례처럼, 특정 핵심 부품이나 소재가 부족해질 경우 산업 전체 생산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병목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공급망이 복잡해질수록 이런 핵심 품목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이어 보고서는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역시 이런 공급망 취약성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로 지목했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전체 수입 품목 약 9300개 가운데 중동 및 인근 국가 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은 41개(약 0.4%)로, 규모 자체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당 품목에는 원유와 니켈 매트, 정련동, 요오드 등 에너지와 이차전지, 반도체, 정밀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가 포함돼 있어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는 결코 작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특히 중동 리스크가 특정 국가에 대한 집중 의존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고위험 품목의 상당수는 튀르키예,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에 공급이 집중된 구조로 나타났다. 즉 중동 공급망 리스크는 특정 국가 또는 소수 공급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집중형 공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위험이라는 분석이다.

◆ "사후 대응 한계"…조기경보 기반 공급망 관리 필요성
보고서는 공급망 정책의 초점을 기존의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위험 형성 초기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위험은 특정 사건이 발생한 뒤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공급 집중도 상승이나 수입 안정성 하락, 변동성 확대 등 구조적 취약성이 축적된 이후 외부 충격을 계기로 가시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험 단계에 진입한 이후 대응에 나설 경우 이미 공급 구조가 경직돼 정책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규 위험이 처음 나타나는 단계에서는 공급선 조정이나 수입 다변화, 비축 확대 등의 조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단순히 특정 국가 의존도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공급 집중도 ▲수입 안정성 ▲가격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조기경보체계(EWS)' 기반의 공급망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런 체계를 통해 위험 신호가 나타나는 초기 단계에서 취약 품목을 식별하고 공급선 다변화나 기술 대체, 전략적 비축 등 구조적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KIEP는 "공급망 위험은 구조적 취약성의 축적과 신규 위험 진입의 누적을 통해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평균 지표가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구조적 위험을 방치할 경우, 다음 충격은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정책의 핵심은 위험이 가시화되기 이전 단계에서 변화 신호를 식별하고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데 있다. EWS는 이런 정책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 한 줄 요약
한국 수입 공급망은 일본 수출 규제·코로나·러-우 전쟁을 거치며 평균 지표와 달리 이미 상시 고위험 구조로 고착됐고, EWS를 통한 조기경보·구조 관리가 필수인 단계에 들어섰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