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출 중심 네덜란드에서 얻는 정책 시사점
"물류·제조·서비스 결합이 고부가가치의 핵심"
韓, 관문형 무역 넘어 공급망 허브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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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 7000억달러(한화 약 1043조)를 돌파하며 세계 6위 수출국으로 올라섰지만, 글로벌 교역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무역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재수출 중심의 물류 허브 구조를 기반으로 운송·금융·가공 산업을 결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항과 인천항, 인천국제공항 등 핵심 물류 인프라를 갖춘 한국 역시 '관문형 물류국가'에서 '부가가치 허브형 경제'로 전략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 재수출 중심 허브 무역…네덜란드 수출 구조의 특징
13일 국회예산정책처의 '네덜란드 수출 구조의 정책적 함의' 보고서는 네덜란드의 수출 구조를 분석하며 허브형 무역 모델이 어떻게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세계 5위 수출국이지만 그 구조는 일반적인 제조 중심 수출국과 다르다. 핵심은 재수출 중심의 허브형 무역 구조다.

지난해 기준 네덜란드의 수출 규모는 7888억유로다. 이 가운데 약 40%가 재수출로 집계된다. 재수출은 수입 통관이 완료된 물품을 다시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형태의 교역을 의미한다.
즉 네덜란드는 단순히 상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국가라기보다 글로벌 교역 흐름을 연결하는 중간 거점 역할을 하는 국가에 가깝다.
이 같은 구조는 로테르담과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형성된 물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네덜란드는 유럽 주요 소비시장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항만과 물류 인프라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로테르담 항만은 유럽 최대 물류 거점 가운데 하나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관문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특징이 '로테르담 효과(Rotterdam effect)'다. 다른 국가로 향하는 상품이 네덜란드를 경유하면 네덜란드의 수출입으로 동시에 집계된다. 이 때문에 실제 부가가치 창출 규모보다 무역 규모가 크게 나타나는 구조적 특징이 나타난다.
이는 네덜란드가 글로벌 교역에서 수행하는 허브 역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수출 대상도 대부분 유럽 역내 시장에 집중돼 있다. 독일이 약 1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벨기에 9.2%, 프랑스 6.9% 등 EU(유럽연합) 국가가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
네덜란드는 자체 생산 기반보다는 유럽 시장을 연결하는 교역 관문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허브형 무역 구조를 보인다.
품목 구조 역시 이러한 특징을 반영한다. 석유와 석유제품, 특수 산업용 기계, 전기기계 장치, 의약품, 통신기기 등 다양한 산업 제품이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한다.
네덜란드의 수출 경쟁력은 단순한 제품 생산 능력보다 글로벌 교역 흐름을 연결하는 허브 기능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 항만을 산업 플랫폼으로…물류와 제조 기능 결합
네덜란드 물류 전략의 핵심은 단순한 환적 기능을 넘어 산업과 결합된 복합 물류 구조다. 물류 기능에 그치지 않고 항만 자체가 산업 활동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로테르담과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해상 운송과 항공 운송, 철도 운송이 연결된 복합 물류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이러한 물류 체계를 기반으로 항만은 단순한 운송 거점이 아니라 산업 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제 공간으로 기능한다.
네덜란드 항만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약 294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달한다. 이는 항만이 단순한 물류 시설이 아니라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산업 기반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로테르담 지역에서는 항만 배후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전자 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의 조립과 가공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 지역은 운송 허브 기능과 산업 거점 기능을 더해 약 158억유로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항만을 중심으로 제조와 가공 산업이 결합되면서 물류 활동이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암스테르담 지역 역시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이 지역은 금융과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을 기반으로 코코아와 화훼 같은 소비재의 가공과 중계 거점 역할을 한다. 운송과 산업 기능으로 약 37억8000만유로 규모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물류 허브의 경쟁력은 물류 이후 단계에서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 네덜란드, 서비스 수출 결합…고부가가치 경제 구조
네덜란드 수출 구조의 또 다른 특징은 서비스 산업과의 결합이다. 물류와 교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서비스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는 세계 9위 수준의 서비스 수출국이다. 운송과 물류, 금융, 컨설팅, 무역 서비스 등 교역과 연계된 서비스 산업이 수출 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서비스 수출 구성은 사업 서비스가 약 29.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운송 19.7%, 정보통신·컴퓨터 서비스 14.7%, 지식재산권 사용료 13.5% 순으로 나타난다. 교역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 중심을 이루는 구조다.
특히 서비스 수출은 상품 수출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서비스 수출의 부가가치 계수는 0.64로 자국산 상품 수출의 0.53보다 높다. 반면 재수출의 부가가치 계수는 0.11 수준에 그친다.

이는 단순한 물류 중계보다 서비스 산업이 훨씬 높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네덜란드는 서비스 산업 비중이 GDP의 약 78.5%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경제 구조를 형성했다. 물류 허브 기능과 서비스 산업이 결합되면서 국가 경쟁력이 형성된 셈이다.
◆ 한국 물류 전략의 과제…"관문에서 허브로 전환해야"
예정처는 이러한 네덜란드 사례가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한다. 한국 역시 동아시아 시장을 배후로 한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과 인천항, 인천국제공항은 이미 글로벌 물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부산항은 2025년 기준 세계 7위 항만이며 환적 물동량 기준으로는 세계 2위 수준이다. 이는 한국이 동아시아 물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러한 여건을 바탕으로 한국 역시 단순 환적 중심 구조를 넘어 물류 기능을 산업과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부가가치 창출 구조다. 현재 부산항은 하역과 보관 중심 물류 서비스 비중이 높아 산업 연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동량은 많지만,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항만배후단지 기능을 확대해 저장 중심 구조에서 제조와 가공 중심 구조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물류 활동이 단순 운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립과 가공, 산업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물류와 금융, 비즈니스 서비스 산업을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물동량을 늘리는 방식보다 훨씬 높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류 체계 역시 재설계가 요구된다. 항만과 공항, 철도, 도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배후 시장을 확대하고 물동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 항만과 가덕도신공항을 결합한 '트라이포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역시 해공 복합 운송을 기반으로 바이오와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항공 물류 산업을 연결하는 물류 벨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정책의 핵심 질문은 한국의 항만과 공항이 단순한 '관문'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허브'로 진화할 것인지다.
예정처는 우리 물류 체계가 단순한 관문 기능을 넘어 고부가가치 허브로 전환되고 있는지 전략적 관점에서 점검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한 줄 요약
네덜란드처럼 물류·산업·서비스를 결합한 '부가가치 허브 전략'이 한국 수출 구조의 경쟁력이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