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원자재·수출 GCC 의존…韓 취약구조 드러나
해외건설까지 연쇄 충격…정부·기업 '전략 대응'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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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을 넘어 걸프 산유국(GCC)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특히 한국처럼 GCC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서는 에너지 수급뿐 아니라 수출·건설까지 동시 다발적 충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 모두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 공급망 재편에 나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비축유 활용 여력 점검과 대체 수입선 확보를 병행해야 하고, 수출 측면에서는 물류 경로 다변화와 금융·보험 지원을 통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또 건설·플랜트 등 GCC 의존도가 높은 사업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방산·인프라 등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분야에서는 선제적 진출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한국, GCC 의존도 높아…에너지·산업 원료·수출 타격 우려
2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GCC 산유국으로의 중동 전선 확대에 따른 영향 및 시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후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GCC 주요 국가의 에너지·항만·공항 인프라를 직접 타격했다. 이는 그간 예멘 후티 반군 등 대리 세력을 통한 간접 충돌에 머물던 양상에서 벗어나 산유국 본토를 겨냥한 직접 충돌로 격화된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에너지 공급망이다. 이란은 공격과 동시에 GCC 원유 수출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고, 실제로 유조선과 LNG 운반선 통항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하루 약 1500만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던 해협이 막히면서 GCC의 에너지 수출은 물리적 제약을 받는 상황이다.
대체 수송 능력도 제한적이다.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과 UAE의 아부다비 파이프라인이 존재하지만, 우회 수송 규모는 하루 약 470만배럴 수준에 그쳐 전체 수출 물량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카타르는 드론 공격 이후 LNG 생산을 전면 중단했고, 사우디 역시 주요 정유시설 가동을 멈추는 등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단순 유가 상승을 넘어 공급 자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이다.

이 같은 충격이 한국 경제에 더 크게 작용하는 이유는 구조적 의존도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기준 원유 수입의 58.7%, 천연가스 수입의 17.7%를 GCC에 의존하고 있다. 중동 전체 비중을 감안하면 사실상 에너지 공급의 핵심 축이 GCC에 집중된 셈이다.
에너지뿐 아니라 산업 원료도 의존도가 높다. 석고(74.1%)와 헬륨(68.2%), 트리에탄올아민(58.1%), 납사(48.4%), 백색 시멘트(41.0%) 등 주요 원자재 역시 GCC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 차질이 발생할 경우 건설·반도체·석유화학 등 산업 전반으로 생산 차질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수출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중동 수출 가운데 GCC 비중은 63.0%에 달하며, 수입 비중은 77.9%에 이른다. 이는 한국의 중동 경제협력이 사실상 GCC 중심으로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승용차와 석유제품, 자동차 부품 등 주요 수출 품목이 현지 경기 위축과 물류 차질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GCC를 거쳐 이란으로 재수출되던 통신기기와 컴퓨터 등도 교역 구조 변화로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란이 중국 등 육상 운송이 가능한 국가로 수입선을 전환할 경우, 한국 기업의 간접 수출 경로 역시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 해외 건설 '경고등'…GCC, 한국 해외건설 수주 핵심 시장 차지
건설 부문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GCC는 한국 해외건설 수주의 17.4%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중동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이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현지 여건이다. 이번 충돌로 항만·물류 인프라가 타격을 입고 해상 운송까지 불안정해지면서 건설 자재와 장비, 노동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공정 지연과 비용 상승 압력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주 환경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GCC 국가들은 재정 수입의 40~90%를 원유·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수출 차질이 이어질 경우 재정 여력이 빠르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사우디와 UAE는 각각 약 2조2000억달러와 1조3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정세 불안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과 금융 비용 상승이 현실화할 경우 사업 추진 속도 자체가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 유입 감소와 국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까지 맞물릴 경우 '비전 2030' 등 중장기 개발 계획의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이번 사태 이후 GCC 비석유 부문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동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기지이자 대형 인프라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충돌은 지역 리스크를 넘어 한국의 해외 건설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 수입선 다변화·피해기업 지원·기회요인 확보 등 '다층 대응' 필요
보고서는 중동 리스크 장기화에 대비해 공급망 안정과 피해 최소화, 기회 요인 확보를 병행하는 '다층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에너지 부문에서는 약 200일 수준의 비축유를 활용한 단기 대응과 함께, 중동 외 산유국으로의 수입선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글로벌 원유 시장의 여유 생산 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체 수입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 선제적인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수출 측면에서는 중동 물류 차질과 시장 위축에 대응해 피해 기업에 대한 금융·보험 지원을 확대하고, 물류 경로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 보전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GCC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경우 기존 주요 수입처를 중심으로 대체 공급망을 사전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 부문에서는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공정 지연 가능성에 대비해 발주처와의 공기 연장 협의와 클레임 대응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향후 수주 감소에 대비한 금융·보증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동시에 위기 속 기회 요인도 제시된다. 보고서는 GCC 내 안보 불안이 심화될 경우 방산 수요가 확대되고, 물 부족 문제 대응을 위한 담수화 시설 투자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관련 산업의 진출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에 따라 제재 완화와 시장 개방 가능성이 열릴 경우를 대비해, 이란 시장 진출 전략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협력 지형이 빠르게 재편될 수 있는 만큼 전략적 접근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 한 줄 요약
중동 전선이 GCC로 확산되면서 에너지 공급망 차질과 수출·건설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삼중 충격'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