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지금 전쟁이냐 협상이냐로 단순하게 정리되는 국면이 아니다. 양측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동시에 병력 증파와 추가 타격, 해협 통제와 보복 위협 같은 군사 카드를 함께 꺼내 들고 있다. 겉으로는 협상 신호가 보이지만 실제로는 압박과 탐색이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국면이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길어질수록 한국 정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위기 자체만이 아니다. 더 답답한 건 그 위기를 설명하는 정부의 언어다. 상황은 이미 한국 선박의 안전과 에너지 수급, 대미 외교와 중동 외교가 한꺼번에 얽힌 복합 위기로 번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파병 요청 여부에 대해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서한(레터)을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콕 집어 일정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한국이 어떤 압박을 받고 있고, 정부가 무엇을 검토하고 있으며, 어디까지는 할 수 있고 어디부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외교·안보 사안에서 공개 발언과 정식 요청을 엄밀히 구분하는 일 자체는 필요하다. 정부가 신중한 표현을 고르는 이유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국민에게 상황을 보다 정확히 알려야 한다. 위기 국면에서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과의 현실 공유다.
실제 정부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파병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미국의 요구는 외면하기 어렵다. 결국 비군사 지원과 통항 재개를 위한 국제 공조, 선박 안전 확보, 중동 내 외교 채널 가동 같은 복합 대응이 불가피하다. 그럴수록 정부는 복합 대응의 상황을 잘 설명해야 한다.
위기 대응에서 신중함은 필요하다. 정부가 국민 보호와 경제 안정, 동맹 관리를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원칙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원칙을 어떤 우선 순위와 방식으로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하는 일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요청인지 아닌지를 따질 때가 아니다. 한국이 무엇을 할 것이고 무엇은 하지 않을 것인지 치밀히 준비하고 방안을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한다. 위기일수록 정확한 현실 진단과 다양한 플랜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정부도 이미 대안과 해법을 갖고 있을 것이다.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다만 국민이 답답하고 궁금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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