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주변 아랍국 은행들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경고했다. 중동 긴장 고조로 은행 시스템 내 스트레스가 심화할 경우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은행들의 예금 유출액은 307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현지시간 17일 로이터에 따르면 S&P는 중동이슈 보고서에서 "아직 걸프 지역 은행권에서 외국 자금이나 국내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됐다는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광범위한 자금 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S&P는 전쟁의 가장 격렬한 구간이 2~4주 지속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했지만 그에 따른 파장과 간헐적인 안보 이벤트(무력 충돌)는 해당 기간 너머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미국 및 이스라엘과 관계를 맺고 있는 중동 은행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 일부 글로벌 은행들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대면 업무를 대부분 중단했다.
이들 은행은 온라인 업무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디지털 인프라 운영에서도 차질이 발생했다. 이달 초(3월2일) 드론 공격으로 UAE와 바레인의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버가 피해를 입으면서 일부 은행 고객들은 온라인 계정에 접속할 수 없었다.
S&P의 가상 스트레스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란발 긴장이 장기·심화할 경우 아랍 6개국 은행들에서 최대 3070억달러의 예금이 유출될 수 있다. 다만 "이들 은행은 예금 인출에 대비해 현금과 중앙은행 예치금(지급준비금) 312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자산을 20% 할인된 가격에 매각해도 6300억 달러의 가용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S&P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중동 은행들의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면서도 "은행 시스템 내 스트레스가 극한에 이르는 시나리오(부실채권이 50% 증가하거나 부실채권 비율이 7%에 달하는 시나리오) 하에서는 중동 내 45개 은행의 누적 손실이 약 37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중동 은행주들에 반영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UAE의 은행주 대부분은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일각에선 이란 전쟁에 따른 방위비 급증과 에너지 수출 감소로 아랍 부국들이 기존의 해외투자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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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