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에 용적률 1.3배 등 인센티브 집중
LH 인력 8500명, 5만호 공급·직접 시행 감당 역부족
'부실 우려' 2029년 부채 261조 전망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정부가 민간 매입임대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중심의 공공 공급으로 정책 선회를 예고했다. 공공 정비사업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완화하는 등 'LH 몰아주기'에 착수했지만, 정작 LH는 천문학적인 부채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자칫 '공급 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민간 사업자의 매입임대 제도를 폐지하고, 공공이 주도하는 신축 매입약정과 공공 정비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H가 참여하는 사업지에 파격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민간 공급 위축분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은 LH 등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하거나 참여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해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공공 재개발의 경우 법적 상한의 1.2배(3종 일반주거 기준 360%), 공공 재건축은 1.0배(300%) 수준의 용적률이 적용되나, 이를 390%까지 일괄 상향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토부와 LH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해당 특례 적용 시 사업성 지표인 비례율이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용적률 상향 특례를 공공 정비사업에만 한정하고 민간 재건축·재개발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민간 매입임대 제도 폐지 입장을 시사하면서, 기존 민간 물량을 LH가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 예견된다.
문제는 LH가 이 같은 '물량 공세'를 감당할 기초 체력이 바닥났다는 점이다. LH는 지난 2021년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며 인력이 대폭 감축됐다.
LH 정원은 ▲2021년 7087명 ▲2022년 6959명 ▲2023년 6634명 ▲2024년 6482명으로 매년 줄어들었다. 지난해 4월 기준 현원이 약 8777명 수준으로 다소 회복됐지만, 지난해 퇴직 예정자(238명) 등을 고려하면 실질 가용 인력은 8500명 수준에 그친다.
반면 정부가 할당한 목표치는 역대 최대다. LH는 올해부터 연간 5만 호 이상의 신축 매입임대 주택을 공급해야 하며, 직접 시행하는 정비사업장 관리까지 떠안아야 한다. 특히 신축 매입약정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감독해야 해 업무 강도가 높다. LH 관계자는 "현재 인력은 8000명 중반대"라며 "건설 현장 감독은 감리 업체에 용역을 주기 때문에 대규모 충원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천 개의 소규모 현장을 외부 감리에만 의존할 경우 '제2의 철근 누락' 사태와 같은 부실 시공을 거를 안전장치가 헐거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수천 개의 다가구 주택이 산재한 상황에서 현재 LH 인력으로는 누수나 설비 점검 등 기본적인 관리조차 불가능하다"며 "무리한 물량 채우기는 결국 공공임대 주택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져 입주민의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무 건전성 악화는 더 심각한 뇌관이다. LH 내부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사업 구조가 지속될 경우 2029년 LH의 총부채는 26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LH는 공공택지를 매각해 얻은 수익으로 임대주택 운영 손실을 메우는 '교차보전' 방식을 취해왔으나, 정부가 공공택지 매각을 제한하면서 수익원이 사실상 차단됐다. 수익 없이 빚(공사채)을 내 집을 지어야 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매입임대는 정부 재정 지원율이 60~70% 수준이고 나머지는 주택도시기금 융자로 조달한다"면서 "전액 채권 발행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구당 수억원에 달하는 매입 비용의 30% 이상을 부채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인 데다, LH 사장 선임과 혁신위원회 개혁안 발표가 지연되면서 구체적인 부채 감축 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LH 관계자는 "정부 개혁안이 나와야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데, 현재는 처분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H에 과도한 물량을 배정하기에 앞서 재원 조달 방안과 인력 운영의 현실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금과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목표만 높일 경우, 결국 공공 공급의 질적 하락과 공급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 법무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정부의 공공 연구 임대주택 공급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양과 질을 고려한 매입 임대 사업을 활성화해 국민 주거 취약계층들의 주거 복지에 힘써야 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매입임대 확대가 자칫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혈세를 낭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세 파악이 어려운 신축 빌라나 오피스텔을 LH가 감정가대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가격 거품'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빌라나 오피스텔은 거래가 없어 시세가 불분명한데, 정부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매입하면 사실상 거품 낀 가격을 인정해 주는 꼴"이라며 "더 싸게 살 수 있는 주택을 비싸게 매입해 혈세를 낭비하고, 결과적으로 정부가 집값을 떠받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