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양형기준 부재·범죄 성격 차이 겹쳐 형량 격차
김 여사 측, 2일 항소장 제출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내란 특별검사(특검)와 민중기 특검이 각각 징역 15년을 구형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건희 여사에게 법원이 극명하게 엇갈린 형량을 선고하면서, 판결을 둘러싼 법리·양형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혐의는 다르지만 한 전 총리에게는 징역 23년의 중형이, 김 여사에게는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이 내려지자, 법조계에서는 "사실 인정과 법률 적용, 양형 판단 전반에서 재판부의 시각 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덕수 '위로부터의 내란'과 내란 중요 임무 종사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달 21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내란 방조·위증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주요 국가기관 점거 시도를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와 그 추종 세력이 일으킨 '위로부터의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며, 기존 군사 쿠데타와는 성격이 다른 국헌 문란 행위라고 판단했다.

애초 특검은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방조를 전제로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심리 과정에서 그의 역할을 단순 방조가 아닌, '내란 중요 임무 종사'로 보면서 법정형 자체가 달라졌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형사 전문 변호사는 "검찰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내란 방조를 기준으로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심리를 거치며 가담 정도가 더 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란죄에는 세부 양형 기준이 없어 재판부가 재량을 폭넓게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국무총리의 헌법상 지위 역시 양형에 반영됐다. 김재윤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국무총리는 대통령 다음의 헌법상 제2인자로, 비상계엄 국면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대통령을 견제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지 않고 사실상 계엄 선포와 이후 조치를 용인·뒷받침한 점이 단순 부작위를 넘어 핵심 기능 수행으로 평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리와 양형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인 것은 맞지만, 계엄 선포 행위 자체를 곧바로 내란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적극 가담이 아닌 부작위를 내란 실행 행위와 동가치로 볼 수 있는지는 항소심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도 "전두환·노태우 사건과 비교해 노태우보다 높은 형이 선고된 점은 양형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내란죄에 대한 세부 양형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재판부 간 형량 편차가 커지고, 이는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김건희 주가 조작 무죄, 금품 수수만 유죄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여론조사 불법 수수,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로 특검으로부터 징역 15년을 구형받았으나, 1심에서는 징역 1년 8개월과 추징금 1281만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등 핵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통일교 관련 금품 수수 일부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노희범 에이치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우리 판례는 주가 조작 사건에서 공범 성립 범위를 비교적 넓게 인정해 왔다"며 "사전에 명시적 공모가 없더라도 전주·선수·통정 매매 등 역할 분담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면 공동정범 또는 최소 방조범으로 처벌한 전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판례 흐름에 비추어 보면 김 씨에 대해 공범 성립 자체를 부정한 이번 판단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공소시효 판단도 쟁점이다. 노 변호사는 "주가 조작은 동일 종목을 대상으로 동일 세력이 반복적으로 시세를 움직이는 전형적인 계속범·포괄 일죄로 본다"며 "재판부가 1차 범행을 분리해 공소시효 완성으로 본 해석은 일반적 이해와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형 구조 역시 한 전 총리와 김 여사의 형량을 극명하게 가른 요인으로 꼽힌다. 내란죄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세부 양형 기준이 없는 반면, 뇌물·알선 수재 등 금품 수수 범죄에는 금액별로 세분화된 양형 기준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김 여사 사건에서는 주가 조작 등 핵심 혐의가 무죄로 정리되고 금품 수수 일부만 유죄로 남으면서, 양형 기준상 하위 구간에 해당하는 징역 1년 8개월이 도출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판결은 사실 인정 단계에서 핵심 공소사실의 의미를 좁게 본 뒤, 그 전제 위에서 무죄 판단이 이어지며 형량이 낮아진 구조"라며 "세 건 중 두 건이 무죄로 정리되면서 남은 금품 수수만으로 처벌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같은 15년 구형에서 출발했지만, 국헌 문란 내란과 제한된 금품 수수라는 범죄 성격의 차이, 내란죄에만 양형 기준이 부재한 구조, 공범·포괄일죄 인정 범위와 사실 인정 방식의 차이가 겹치며 '징역 23년 대 1년 8개월'이라는 상반된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 법조계의 종합적인 해석이다.
한편 김 여사 측은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에 항소장을 이날 제출했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