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자금·AI 수요 등이 떠받친 랠리…프리미엄·포지션은 '레드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날로 고조되는 지정학 리스크에 힘입어 글로벌 귀금속 가격이 눈부신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랠리의 최전선에 선 은을 둘러싸고 '버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현지시각)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은 가격과 포지션, 현물·선물 스프레드, 지역 간 프리미엄이 모두 극단값에 근접하면서, 단기 모멘텀 추종 전략에는 변동성·조정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는 경고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은 가격은 이날 하루 만에 12% 급등한 온스당 115.38달러를 기록, 2008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갈아치웠다. 근월물 은 선물 역시 14% 이상 뛰어 115.08달러에 마감했다. 반면 금은 온스당 5,088달러 선에서 상대적으로 '차분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은 가격 비율(gold-silver ratio)은 최근 44.09까지 떨어지며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과거에도 투기 심리 과열 구간에서 자주 목격됐던 레벨이다.
이번 랠리는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통화가치 희석에 베팅하는 매크로 자금,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전자·통신 장비에서 늘어난 산업 수요, 여기에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 규모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다.

ING의 워런 패터슨 원자재 전략 총괄은 "은은 산업용 금속이자 투자 자산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어 가격 움직임이 증폭되는 구조"라며 "지정학적 긴장, 중앙은행 매수, 구조적 공급 부족이 금·은 모두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포지션·수급 측면에서는 차익 실현 신호도 감지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집계한 최근 투자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ETF와 COMEX 선물 투기 세력을 포함한 전체 포지션 규모는 2년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순매수(롱) 포지션은 1억2,300만 온스 수준에 그쳐, 가격이 연일 고점을 경신하는 데도 일부 기관·대형 투자자들은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대로 현물·실물 시장에서는 개인과 아시아, 특히 중국발 매수세가 랠리를 떠받치는 모습이다. 삭소은행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 총괄은 "현재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쪽은 은화·은괴를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들과 중국의 대형 매수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런던과 상하이 간 은 가격 프리미엄이 지난해 11월 '0달러' 수준에서 최근 14달러 이상으로 벌어진 것 역시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한센은 "프리미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다른 지역 트레이더들은 런던·뉴욕 가격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믿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 괴리가 단기 조정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캘린더 상으로도 2월 변곡점 가능성이 부각된다.
한센은 연간 은 소비의 약 60%를 차지하는 산업 수요가 가격 부담이 커질 경우 더 저렴한 대체 소재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2월 16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지는 중국 춘절(설 연휴)로 상하이 시장이 휴장에 들어가면, 그동안 랠리를 지지해온 중국발 수요가 일시적으로 비는 구간이 생길 수 있다. 그는 "중국이 그동안 시장을 강하게 지지해온 만큼, 연휴를 앞두고 차익 실현이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은이 '버블'인지, '새로운 사이클 초입'인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차도 존재한다.
22V 리서치의 조르디 비서는 지난 1년간의 포물선형(parabolic) 가격 상승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전형적인 경기 순환(cyclical) 장세로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은은 단순 귀금속이 아니라 AI 트레이드와 직결돼 있으며, 지금은 AI 공장을 짓는 매우 초기 단계"라며 "공급이 부족한 원자재 강세장에서는 수요가 가격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이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결국 투자·트레이딩 관점에서 현재 은 시장은 단기 과열과 구조적 수요 모멘텀이 공존하는 국면에 서 있다.
가격과 포지션, 현물·선물 스프레드, 지역 간 프리미엄이 모두 극단값을 향해 가는 만큼, 단기 모멘텀을 쫓는 전략일수록 변동성과 조정 리스크를 전제로 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경고등'이 함께 켜지고 있다는 평가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