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혜원전신첩' 이번 상설전 끝으로 수장고로 옮겨져 휴식기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문화재수집가이자 교육자였던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수집한 컬렉션 중 일반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서화인 혜원 신윤복(1758?~1813?)의 '혜원전신첩'이 오는 5월 25일까지만 일반에 공개된다. 대구간송미술관(관장 전인건)은 이후에는 작품 보존을 위해 수장고로 옮겨 한동안 휴식기를 갖게 하겠다고 밝혔다.

'혜원전신첩'은 조선후기 화가 혜원 신윤복이 그린 30점의 풍속화 화첩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970년 국보 제 135호로 지정된 이 화첩은 간송 전형필이 일본으로 유출되었던 것을 1930년 오사카의 고미술상에서 구입해와 새로 표장을 했다. 18세기 조선조 사람들의 여흥과 호사스런 삶, 남녀간 춘정이 혜원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생생한 필치로 멋드러지게 표현된 최고 걸작 중 하나다. 또한 조선후기 당시 양반들의 생활상과 향락문화, 의식주 연구 등에 귀중한 자료로 꼽히는 화첩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이후 꾸준히 공개해온 혜원의 '혜원전신첩'을 이번 상설전을 끝으로 일반 공개를 당분간 중단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직관하길 원하는 관람객이라면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오는 1월 27일부터 상설전 전시 작품을 대대적으로 교체해 회화와 서예, 도자 등 31건 40점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상설전은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호랑이·봉황·매 등 상서로운 동물을 그린 길상회화를 중점적으로 전시한다. 또 김홍도, 신윤복, 이인문 등 조선 후기 대가들의 인물·풍속화도 소개하고, 18~19세기 조선과 청나라 문인들의 교류를 보여주는 서예 작품과 고려부터 조선까지의 명품 도자작품도 공개한다.

◆회화:상서로운 동물을 그린 세화(歲畵)로 소망과 평안을 기원
회화 부문에서는 상서로운 동물을 그린 세화(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기 위한 그림)로 새해의 평안과 길상을 기원하는 작품 6건 7점을 선보인다. 용맹함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호랑이를 세밀하게 묘사한 유숙의 '심곡쌍호(깊은 골짜기의 한쌍 호랑이)'와 '포유양호(젖먹이는 어미 호랑이)'가 눈길을 끈다. 함께 공개되는 심사정의 '노응탐치(성난 매가 꿩을 노려보다)'는 사악한 기운과 간사한 신하를 물리치는 매를 생동감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용맹한 호랑이와 매를 통해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새해 평안을 기원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작품 선정이다.
조선 후기 인물·풍속화 5건 8점도 만날 수 있다. 이인문의 '모춘야흥(늦은 봄날 들판에서의 흥겨움)', 김홍도의 '송단아회(송단의 아름다운 모임)' 등이 공개된다. 또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에 수록된 '홍루대주(기생집에서 술상을 기다리다)'와 '주사거배(술집에서 술잔을 들다)' 등 4점도 새롭게 소개된다. 선비들의 만남과 교류, 풍류와 정취 등 시정 풍속을 살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서예 부문에서는 조선 후기 대표적 서예가로 그림과 글씨에 두루 능했던 자하 신위의 작품 등 모두 5건 9점이 소개된다. 신위는 추사 김정희, 청나라 옹방강과 교유하며 굳세고 활달한 서체를 연마했고, 이후 담박하고도 강건한 자신만의 서체를 완성했다. 이번 상설전에서는 '천벽소홍', '청부홍점' 등 신위의 기품있고 고아한 묵향을 음미할 수 있다. 또 추사 김정희와 청나라 문인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도자: 한국 도자의 아름다움 한자리에
도자 부문에서는 하늘빛을 닮은 청자와 흙의 질박한 숨결이 살아있는 분청사기, 절제의 미덕을 담은 순백의 백자 등 각기 다른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한국의 도자 14건 15점이 공개된다. 풍만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몸체에 겹겹이 만개한 연꽃이 섬세하게 표현된 '청자양각연당초문매병'과 옅은 청색이 감도는 도자 표면에 은둔과 탈속을 상징하는 어부도를 담아낸 '백자청화동자조어문병'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명품전시(전시실 2)에서는 '하늘이 내린 천재 화가'로 불린 오원 장승업의 '삼인문년(세 사람이 나이를 묻다)'을 특별히 선보인다. 이 작품은 고사 '동파지림'에 등장하는 세 노인이 각자의 나이를 자랑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화면 주변을 기암괴석으로 둘러싸 마치 신선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공간구성이 돋보인다. 오원 장승업의 탁월한 기량과 활달함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명작이다.
대구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은 "간송 탄신 120주년과 병오년 새해를 맞아 간송의 주요 작품을 통해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길상의 의미를 함께 조망하고자 상설전시를 새롭게 꾸몄다"며 "작품 속에 담긴 선조들의 소망과 평안의 메시지를 통해 미술관이 일상 속 작은 행복을 경험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 상설전에서 선보이는 회화와 서예, 도자기 작품은 오는 5월 25일까지 전시된다. 대구간송미술관 상설전은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동절기 3월까지, 이후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