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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 뚫고 '아뜰리에 에르메스' 찾아야할 까닭은? 만그라네의 통찰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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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국내 첫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오는 3월8일까지
전시장을 '몰입의 공간'으로 만든 시적인 작품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여기 대자연과 산이 내는 나즈막한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가가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Daniel Steegmann Mangrané)이다.

만그라네의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Befriending the Mountains)'가 서울 강남서 열리고 있다. 도산공원 앞 아뜰리에 에르메스(아티스틱 디렉터 안소연)는 지난해 11월부터 스페인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b.1977)의 작품전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3월 8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드라마틱하거나 요란한 작업은 없지만 강추위를 뚫고 꼭 찾아야 할만큼 시적이고, 사려 깊은 작품들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앞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개최 중인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의 '산과 친구되기'(2025). 설치 전경. [사진=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만그라네는 드로잉, 사진, 비디오,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지극히 섬세하면서도 직관적인 작업을 펼쳐왔다. 어린 시절부터 생물학과 생태학, 밀림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생물학적, 인류학적 담론에 근거해 자연과 문화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구한 작품을 구현해왔다.

동식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생물학자를 꿈꿨던 만그라네는 미술가로 데뷔한 이후 자연을 사유하고 시각화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가 200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에 장기체류하게 된 것도, 리우데자네이루와 아마존의 특수한 자연환경과 예술적 풍토, 토속사상에 뿌리를 둔 인류학의 기반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유럽 출신임에도 '카탈루니아-브라질 작가'로 분류되곤 한다.

작가는 특히 브라질의 대서양 우림인 마타 아틀란티카와 아마존 우림에 깊이 매료돼 끈질기게 숲을 탐구해왔다. 특히 토양 영양분이나 빛, 물부족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숲의 생태계가 모든 종들 간의 복합적인 상호의존성에 의해 인류와 지구 전체에 엄청난 파장과 위기를 불러온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국 모든 지구상 존재들은 상호 촘촘히 얽혀있음을 인식했던 것.

그러기에 숲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환경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세계의 복잡성을 구현하는 '살아있는 존재'로 다가오게 됐다. 만그라네는 브라질의 우림과 아마존에 오랫동안 머물고 숲과 동식물을 관찰하면서 실제로 숲이 살아있고, 인간과 총체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번 작품전은 서로 떨어진 요소로 받아들이는 자연과 인간, 숲과 인공이 결국은 하나로 연결돼 있고, 자연이야말로 우리의 삶과 예술에서 분리해내는 것이 불가능할만큼 가깝게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기하학적 자연'. [사진=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만그라네의 서울 전시는 건축구조에 개입한 사선의 파티션들로 짜여졌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인공적으로 조성된 흰 벽면 하나하나는 평범한 직선들이지만, 서로 간에 어긋난 각도로 배치돼 전체적인 공간 파악을 지연시키며 관람동선의 혼돈을 슬쩍 야기한다.

최소 3개의 방향으로 열려 있는 전시장 초입에서 관람객들은 마치 숲의 미로에 들어선 듯한 동요를 느낀다. 그리곤 작가의 대표작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알루미늄 커튼을 마주하게 된다. 화려한 색감과 찰랑이는 촉감으로 지중해 지역의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 커튼은 부품의 연결이 용이한 기성품으로 제작됐다. 전시에서는 통로에 겹겹이 배치되어 통행을 허용하는지, 가로막는지 가늠키 어려운 알쏭달쏭한 상황을 조성한다.

마침내 주저하던 관람객이 커튼들 사이를 관통하는 순간, 커튼은 평면으로부터 3차원으로, 물질로부터 비물질로 변화한다. 이 때 금속 커튼과 사람의 몸이 마주 닿는 접촉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는 사물과 우리 몸 사이의 경계를 근접시키고 미묘한 뉘앙스를 전한다.

만그라네의 커튼은 토끼 모양인지, 구름 모양인지 알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입구로 인해 관객을 일상의 차원으로부터 무엇인가 탐색해야 하는 공간으로 이동시켜준다. 장소특정적인 작업으로 작가가 한국에서 마주한 어떤 형상에서 유래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관객은 '산과 친구되기'(2025)라는 제목으로 인해 자연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자신을 확인하게 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잎사귀로 만든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의 작품. '우아함과 체념'.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알루미늄 커튼은 때로는 녹음 짙은 숲의 색조로, 이번 아뜰리에 에르메스 공간에 설치된 작품의 경우는 금빛 햇살이나 노을로 다가와 우리가 자연과 신체적으로 접촉하는 것같은 생생한 감각을 일깨우고 있다. 지극히 인공적인 것이 곧 자연이 되는 마법같은 순간이다.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고 분산시켜 몸은 이쪽에 있으면서도 다른 쪽의 존재가 궁금해지고, 급기야 전시장의 미로 속에서 즐겁게 길을 잃게 만드는 것은 작가가 즐겨 쓰는 공간 활용법이다. 깊은 산 속 누구나 한번쯤 시도해봤음직한 기분 좋은 메아리라고나 할까.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번개 치는 돌(용). [사진=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이어 작가는 가느다란 필라멘트에서 발생하는 빛과 그 것이 번개 치며 조우하는 바위들을 전시장 구석구석에 반복적으로 배치했다. 엇비슷해 보이지만 제각각 다른 존재들인 것이 특징이다. 오랜 풍파를 겪은 듯 이끼가 낀 각각의 묵직한 바위는 각기 그 형상을 본뜬 '산', '코끼리', '사자', '용'이란 별칭이 부여됐다. 무덤덤한 바위이지만 자세히 보면 코끼리를 닮은 듯, 사자를 닮은 듯한 바위들은 번개를 맞으며 전시장에서 나즈막히 소리를 내는 듯하다.

우주에 거하는 여러 존재들, 생물과 무생물, 번개나 천둥, 비나 노을 같은 천문학적 현상과 인공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들에는 정령이 깃들여 있다는 애니미즘적 사유를 유추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한국을 좋아해 여러 차례 내한했던 작가는 경주에서 영감을 얻은 신작을 이번 전시에 내놓았다. 유리창 너머로 배치된 영상 '물고기가 입맞추는 달(Fish Trying to Kiss the Moon)'(2025)이 그 것이다. 경주 월지에 드리운 보름달을 포착한 흥미로운 비디오 작업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물고기와 입 맞추는 달'. [사진=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경주의 '달을 감상하는 연못'(월지)으로 잘 알려진 곳에서 만그라네는 느리게 일렁이는 연못의 물을 매개로 현실에서는 결단코 서로 맞닿을 수 없는 두 존재(달과 물고기)가 만나는 장면을 시적으로 담아냈다. 작가는 16mm 필름이나 VR, 홀로그램 등 미디어 매체를 통해 자연을 기록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이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자연의 순간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물의 정경은 건물 외부의 '번개치는 정원'(2025)과 조우하며 '지수화풍'의 조화로운 세계를, 그리고 우주를 구성하고 있다.

실내 공간을 구불구불 오솔길이 이어지는 숲 속처럼 느끼며 다양한 자연 존재들과 마주친 뒤 관객은 마침내 열린 공간에 도달한다. 이곳에서는 전례 없는 소나무 정원이 조성돼 있다. 그것은 순식간에 벌어지는 시공간의 이동과 같은 경험을 가져다준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산과 친구되기' 전시 전경.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재단 제공] 2025.12.27 art29@newspim.com

사각의 현대식 건물로 둘러싸여 우물처럼 깊은 중정에 펼쳐진 실제 정원에는 한국 산하에서 오래 자란 잘 생긴 소나무 두 그루가 검은 화산석으로 뒤덮인 구릉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소나무와 화산석 위로는 하늘로부터 번개가 내려치고 있다. 의외의 조합이 만들어낸 이 비현실적인 풍경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넘어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 도시의 공간과 우주적 공간이 결합된 자연의 무한함을 드러내고 있다.

자연에 대한 일생동안의 관심과 깊은 애정을 미묘하고 통찰이 담긴 시각언어로 제시해 온 만그라네의 작품세계는 전시 공간을 '몰입의 경지'으로 이끄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것은 단지 미학적인 차원에서의 평가만이 아니라, 세계의 존재를 드러내는 사유의 귀결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의 작품전을 위해 내한한 스페인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어린 시절부터 생물학자를 꿈꿨으나 수학과 물리학을 못해 작가가 됐다고 토로한 그는 "전시를 통해 인간과 자연은 맞닿아 있고, 하나임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인류세 이후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1.19 art29@newspim.com

에르메스 아뜰리에의 안소연 아티스틱 디렉터는 "'자연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자연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전환하는 만그라네의 생태철학적인 작업은 예술이 세계에 되돌려줄 수 있는 선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연의 시적이고 미학적인 측면을 조형적으로 드러내는 일에 몰두할 뿐 아니라 숲이 가르쳐 준 얽힘과 상호 의존성의 교훈을 끊임없이 각성하고 전파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류세라는 이 이기한 순간이, 예술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라 믿는다."고 평가했다.

아뜰리에 에르메스가 픽한 만그라네의 작업은 자연과 인공, 서로 대척점에 서있는 것들이 공존하고, 몸과 그림자가 하나임을 익히 알고 있듯 우리가 곧 자연과 속속들이 연결돼 있고, 하나임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지구의 마지막 허파인 아마존마저 날로 파괴되는 것에 너무나도 마음 아파하는 작가는 오늘 우리에게 자연을 재인식하게 하고, 생물과 무생물에 깃든 정령을, 그리고 모두가 간직하고자 하는 우주의 아름다움을 숙고하게 한다. 만그라네의 몰입의 전시는 오는 3월 8일까지 이어진다. 무료관람.

◆에르메스 재단(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2008년에 설립된 에르메스 재단은 '우리의 행동은 우리를 정의하며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라는 기본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재단의 네가지 핵심 사명은 기술과 전문성의 전수, 새로운 예술창작활동, 환경보호 및 사회적 연대를 장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이들을 후원한다. 에르메스 재단은 올리비에 푸르니에가 2016년부터 재단 이사장을, 2021년부터 로랑 페주가 재단 디렉터를 맡고있으며 2023~2028년 기간동안 6100만유로(한화 약 1045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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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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