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D 하이볼은 제외…편의점 가격 변화도 '미미'
대기업은 제한적, 중소 주류사는 기회 요인
소비 감소·웰니스 확산 속 정책 효과는 제한적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정부가 저도수 주류에 대한 주세 인하에 나서면서 하이볼 가격 인하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유통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격 변화는 제한적인 데다 주류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적 환경 속에서 정책 효과를 두고 업계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온도 차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2025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올해 4월부터 2028년 말까지 알코올 도수 8.5도 이하이면서 불휘발분 2도 이상인 주류에 대해 주세를 30% 감면하는 한시적 제도를 신설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행 주세율 72%에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를 고려하면 주세를 30% 감면할 경우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는 대략 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제도는 청년층 선호도가 높은 저도수 주류의 가격 부담을 낮춰 소비 여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 제도는 특정 주종을 직접 겨냥했다기보다 저도수·가벼운 음주 트렌드에 맞춰 과세 체계를 일부 완화한 성격이 강하다. 이 과정에서 기존 세제 구조상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증류주 기반 저도수 주류가 감면 요건에 포함되면서 결과적으로 일부 하이볼 제품이 혜택을 받게 됐다. 그동안 하이볼은 도수와 소비층이 맥주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혼성주'로 분류돼 출고가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졌다. 맥주와 탁주가 용량 기준으로 과세되는 반면 하이볼은 가격이 높아질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여서 저도수 제품임에도 수익성 확보에 제약이 있었다.
다만 모든 하이볼이 수혜 대상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RTD(Ready To Drink) 하이볼 대부분은 세법상 '과실주'로 분류된다. 레몬, 자몽 등 과즙이나 향료가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되면 과실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현행 주세법상 과실주는 이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편의점 PB 하이볼이나 IP 협업 제품 상당수는 세제 혜택과 무관하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RTD 하이볼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맛과 향을 강화하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과실 성분이 들어가면 과실주로 분류된다"며 "세제 변화가 있더라도 출고가에 반영되지 않으면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 주류사의 체감 효과 역시 제한적이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해당되는 제품이 없고 롯데칠성음료의 일부 하이볼 제품이 감면 대상이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반면 세븐브로이, 제주맥주, 카브루 등 중소 주류사들은 수제맥주 시장 침체 이후 하이볼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어 상대적으로 제도 변화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주류업계 전반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주류 소비량은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2023년 와인 소비량은 2.6% 줄어 199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류 시장의 핵심 소비층인 20대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러닝, 마라톤, 헬스 등 웰니스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음주 빈도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음주 방식도 가볍게 즐기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번 주세 인하는 시장 전반을 단기간에 확대하기보다는 저도수·증류주 기반 하이볼이나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선택지가 늘어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가 가격 인하 효과보다도 향후 제품 기획과 포트폴리오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정책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하이볼을 포함한 저도수 주류가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상품 경쟁력과 시장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