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김지나 기자 =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 피의자들이 대거 송환됐지만, 피해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통상 이 같은 범죄의 수익은 대포통장을 거쳐 가상자산으로 바뀐 뒤, 해외로 빼돌려지기 때문에 현지에 은닉된 자산과 계좌를 얼마나 끝까지 추적·동결하느냐가 범죄수익 환수의 성패를 가른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 73명 가운데 55명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영장실질심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송환된 일당은 캄보디아 현지를 거점으로 한국 피해자 869명으로부터 약 48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송환 조치가 단순 형사 절차로 끝날 경우 피해 회복이 요원해질 수 있다며, 자산 추적과 증거 확보가 핵심 과제라고 지적한다.

경찰은 단속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폰과 하드디스크, 컴퓨터 본체 등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USB가 확보됐는지는 지금은 확인할 수 없다"며 "확보한 증거물은 포렌식 등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검장 출신의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결국 재산이 어디에 확보돼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현지 은닉 재산을 얼마나 파악했는지, 캄보디아 사법당국과 공조해 추적할 여지가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 형태로 빼돌렸다면 지갑이나 관련 단서가 확보되지 않는 한 쉽지 않다"며 "결국 수사력의 문제"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으로 자금이 전환될 경우 수사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수천 개 지갑 주소로의 분산 ▲국경 간 전송 ▲오프체인 거래(OTC) 등이 흔히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거래소·수사기관 간 공조 및 국제 사법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제적 공조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법무부는 캄보디아 기반 범죄조직을 겨냥해 사상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몰수 조치를 단행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캄보디아 프린스홀딩그룹 회장 천지(Chen Zhi)가 보유한 비트코인 약 12만7000개(약 150억 달러·21조원 상당)를 압수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범죄 수익금을 수십 개 통장으로 분산한 후 가상자산으로 전환했다면 그 자체로 추적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며 "다만 미국은 수천 개 계좌를 1년 넘게 분석해 가상자산을 몰수한 전례가 있고, 우리도 금융당국과의 협조 체계를 강화해 장기 추적 프로젝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상 경찰과 검찰 모두 '수익환수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소 전 단계에서 몰수·추징을 미리 확보할 수 있는 '몰수보전·추징보전 제도'도 도입돼 있다. 다만 재산 실체가 특정되지 않는다면 제도 자체가 작동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번 캄보디아 송환 건의 경우 피의자가 대규모로 확보됐지만, 범죄수익 실체를 어느 수준까지 특정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부분은 향후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최진녕 변호사는 "피의자를 검거해 실형을 선고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 공조 단계에서부터 자산 압수·추징을 병행하지 않으면 피해 회복은 어렵다"며 "해외 계좌로 유출된 자산은 추징보전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거래소를 거쳐 이동한 가상자산이라면 충분히 추적이 가능하지만, 콜드월렛(오프라인 지갑) 형태로 USB 등에 보관됐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서도 "국내 거래소나 빗썸 같은 사업자를 활용했다면 기술적으로는 환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parksj@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