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뉴스핌] 이웅희 문화스포츠 전문기자=서울 삼성 김효범 감독이 슈터 이근휘(27)에게 특별 주문을 하고 있다. 기회만 나면 3점슛을 던지라고 다그치고 있다. 일종의 그린 라이트(green light)다.
이근휘는 마산고와 한양대를 거쳐 2020년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8순위로 KCC에 지명됐다. 당시 KCC 전창진 감독은 "8순위로 슛이 좋은 이근휘를 뽑게 될 줄 몰랐다. 너무 만족한다"며 기뻐했다. 이근휘는 KCC에서 허웅의 뒤를 받치는 백업 가드로 뛰었다.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 42.5%를 기록하는 등 외곽포 화력은 인정받았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이근휘는 삼성과 3년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이근휘에게 첫 해 보수 총액 3억2000만 원을 안겼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근휘는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7점에 그치고 있지만, 3점슛 성공률은 41.8%로 여전히 높다. 경기당 2.2개의 3점슛을 넣고 있다.
김 감독은 "슛이 들어가지 않아도 이근휘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린 라이트다. 믿고 투입한다. 오히려 슛을 쏘지 않으면 뭐라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근휘는 지난 20일 서울 SK와의 원정경기에서 3점슛 12개를 던져 1개만 넣었다. 김 감독은 "이근휘는 많이 던져야 한다. 그날 30분을 뛰었다. 소극적이면 오히려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근휘에게 그린 라이트를 준 이유는 화력 극대화를 위해서다. 삼성은 앤드류 니콜슨과 케렘 칸터를 보유하고 있다. 2명의 외국인 선수 모두 준수하다. 니콜슨은 경기당 평균 20.1점, 3점슛 성공률 42.6%를 기록 중이다. 칸터는 경기당 20분도 뛰지 않지만, 평균 13점, 6.9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극강의 효율을 자랑한다.
김 감독은 "니콜슨과 칸터 모두 너무 잘해주고 있다. 지난 시즌 돌아가면서 용병 1명이 부상을 당해 힘들었는데, 이번 시즌은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니콜슨과 칸터 모두 좋기 때문에 국내 선수 외곽 득점만 나오면 빅3를 만들 수 있다. 니콜슨과 칸터에 이근휘까지 터지면 얼마나 득점이 늘어나겠는가"라고 기대했다.
니콜슨은 3점슛을 던진다. 내외곽을 오갈 수 있는 스코어러다. 칸터는 정통 센터 스타일이다.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고, 페인트존 득점력을 갖췄다. 여기에 이근휘의 3점슛이 터지면 스페이싱까지 가능하다. 니콜슨이나 칸터뿐 아니라 이관희, 저스틴 구탕 등이 돌파할 공간이 생긴다. 득점이 더 수월해진다. 김 감독이 이근휘에 마음껏 3점슛을 던지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22일 경기만 놓고 봐도 확실히 드러난다. 삼성은 정관장과의 원정경기에서 1,2쿼터 3점슛 15개 중 8개를 넣으며, 3점슛 성공률 53%를 기록했다. 이근휘도 3개 중 2개를 넣었다. 덕분에 삼성은 전반까지 47-40으로 앞섰다. 하지만 3쿼터 팀 3점슛을 6개 중 1개만 성공시켰다. 3점슛 성공률이 17%까지 떨어지며 추격을 허용했다. 이근휘는 3점슛 2개를 모두 놓쳤다. 후반과 연장 이근휘는 보이지 않았고, 삼성은 연장 역전패했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2명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선수의 외곽포만 터지면 더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다는 김 감독의 계산이다. 이근휘 등 슈터들이 김 감독의 '그린 라이트' 신호에 응답하길 기다리고 있다.
iaspir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