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GWh는 날아갔지만 34GWh·ESS가 '완충 역할'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포드(Ford)와 맺었던 약 9조6000억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되면서, 유럽 공장 가동률 정상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 해지가 LG에너지솔루션의 단기 실적과 유럽 생산 거점 가동률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북미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중장기 방어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에 해지된 계약은 포드 유럽향 상용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물량이다. 양측은 당초 2027년 1월부터 2032년 12월까지 총 75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납품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최근 포드의 전동화 전략 수정에 따라 상호 협의 끝에 계약을 종료했다.
이 계약은 2023년 포드·LG에너지솔루션·터키 코치그룹 3자가 튀르키예 앙카라에 합작공장(JV)을 짓는 방안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구간 진입과 고금리 환경으로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이 커지자 2023년 11월 JV 설립이 철회됐고, 대신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바 있다. 이후 2024년 10월 두 회사는 총 109GWh(약 13조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
이 가운데 34GWh는 2026~2030년 공급되는 A물량(기존 1톤급 밴 E-Transit Custom 등), 75GWh는 2027~2032년 투입 예정이던 B물량(향후 2톤급 차세대 상용 밴 플랫폼용)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해지된 것은 B물량 75GWh로, 포드가 차세대 대형 상용차 전기 플랫폼 개발을 중단하면서 해당 배터리 수요가 소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A물량 34GWh(약 3조~4조원 규모)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이미 출시돼 판매 중인 E-Transit Custom 등 기존 상용 전기밴에 들어가는 물량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폴란드 공장 가동률 회복에 기여할 전망이다. 유럽 전체를 놓고 보면 올해 대비 내년 가동률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 공장(총 80GWh)의 저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년 반 동안 총 6건의 추가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평균 35.9GWh(전체 설비의 약 45%) 수준까지 주문을 끌어올렸다. 이번 해지로 연평균 공급 규모는 23.4GWh(약 29%)로 낮아졌지만, 폭스바겐의 고니켈 재고 조정 마무리 후 2026년 1분기부터 미드니켈 배터리 공급 확대, 르노의 LFP 저가형 전기차 및 신차 양산, 포드의 34GWh 물량 유지 등을 감안하면 가동률은 점진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조현렬·김원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 해지를 반영해 LG에너지솔루션의 2027년 이후 매출과 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75GWh 물량(연평균 12.5GWh)은 해지됐지만, 32GWh 계약은 동일한 판가를 적용할 경우 약 4조1000억원 규모로 유효하다고 추산했다. 다만 유럽 공장 가동률 정상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하이니켈 배터리 수요의 단기 축소도 부담 요인이다. 미국·유럽 전기차 판매 둔화와 전기차 사업 구조조정 흐름 속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중저가 차종에는 LFP 등 중저가 배터리를 확대하고, 고성능·럭셔리 차종은 46시리즈 대구경 원통형 배터리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는 하이니켈 배터리 수요가 46시리즈 원통형에 집중돼 있고, 전기차 수요가 재차 확대되고 세그먼트가 다변화되기 전까지는 하이니켈 각형·파우치 배터리의 입지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V향 리스크는 여전하지만, 빠른 ESS 전환과 2026년 기업 재편 흐름 등으로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관심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rkgml9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