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는 하락, 원화는 추락 중
외환시장 구조적 문제 방치 결과 지적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하며 200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정부가 국민연금에 이어 수출기업에까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차이가 여전한 상황에서 수급 요인으로만 '단기 대응'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하락 추세에 있지만, 원화 가치만 하락하고 있어 정부가 '외환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기획재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기아·현대차,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수출기업들과 최근 외환시장 거래 현황을 점검했다.

외환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인 수출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15대 주요 수출품목 중 수출액 상위 2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에서의 외환 거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30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수출기업의 환전 및 해외투자 현황 등을 정기점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환율 변동폭이 확대될때마다 국민의 노후자금 격인 국민연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말 종료 예정이었던 국민연금과의 650억달러(약 96조원) 규모의 외환스와프(통화 맞교환) 계약을 내년까지 연장하고, 전략적 환헤지 운영 계획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국민의 노후 소득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해외 투자는 수익률 제고와 위험 분산을 위한 정상적인 자산 운용이 큰 목적이지만, 환율 안정이라는 단기 정책 목표를 위해 국민연금의 독립적 운용 방침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략적 환헤지의 기준과 규모의 노출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정부의 원달러 환율 방어가 1470원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기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환전 시점을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업의 외화예금 월평균 잔액은 918억8000만달러다. 외환당국은 기업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수출기업에 협조를 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과의 금리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원화로 환전하는 것이 기업에는 손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와의 역전폭은 지난 10월 1.50%포인트(p)에서 이달 1.25%p로 0.25%p 줄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지만, 더 높은 수익률을 찾는 자금까지 강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해외 투자자인 이른바 '서학개미'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도 원달러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 대책도 부족하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은 2조7976억달러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그것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세가 정해지면 한쪽 방향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wideopen@newspim.com












